왜 이런 좋은 책을 이제서야 봤는가!

이 책은 최근 내가 ’잡식성 독서광’이 되고 난 뒤 (^^;), 구본준씨의 ’한국의 글쟁이들’ 이란 책을 읽고 거기에 나온 작가들의 작품을 한 권씩 읽어 보겠다고 다짐 한 뒤, 마침 인터파크에서 패키지 행사를 하길래 사 보았다.

1990년 즈음하여 다산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그저 18년 유배생활, 정조가 기용한 인물, 노론벽파의 정치 희생양, 실학의 집대성자 정도가 다산에 대한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허나 최근에 읽은 정민교수의 ’다산의 지식 경영’이란 책으로 다산의 놀라운 시스템화된 학문 연구 방법에 대해 감탄했었고, 이젠 이 책을 통해 한 유배 당한 고독한 지식인으로써의,  한 총애 받는 신하로써의, 한 비운의 남인 학자로써의, 한 백성을 진정 위하는 양반으로써의, 그리고 패가망신한 한 가문의 아버지로써의 정다산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의 재주인지는 모르겠으나, 진정 소용돌이 속에서의  한 인간으로써의 고뇌와 갈등의 면모가 감동적이다. 특히나 정조 서거 직후, 노론벽파에 의한 천주교 탄압에 근거한 정다산의 두 번째 취조 당시의 어쩔 수 없이 죽어야 되는 운명인 다산의 주변 상황에 대한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그가 당시 죽었었다면 그의 위대한 업적을 후세 사람들은 반토막만 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을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 오면서, 죽는 것이 기정 사실이 되어가는 상황에서의 그의 고뇌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사실,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대한 얘기도 익히 다른 책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이 책을 보니, 망한 가문에서 학문에 힘쓰지 않는 아들에게 전하는 다산의 얘기는, 그 상황이 내 머리 속에 떠올라 너무 안타까웠다. 비록 과거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안 되는 집안이 되었지만, 그래서 관직에는 나갈 수 없지만, 공부를 통해 성현이 될 수 있음을 다산은 자식에게 얘기한다. 허나 20살과 17살의 자식에게 그런 얘기가 잘 먹혔을까? 지금 시대라면 그 두 아들은 아버지에게 다음과 같이 직접적으로 얘기 했을지도 모른다.

"망한 집안에서 공부를 해서 무슨 소용인가요, 아버지."

"성현이 되라고요? 그건 능력이 되는 아버지한테나 해당되는 얘기겠지요. 우리는 그저 노력을 해야 겨우 과거에나 급제 할 만한 능력 밖에 없다구요."

"아버지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시는군요, 잘난 아버지!"

"아버지 잔소리, 이제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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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를 지은 정약전에 대해서는 나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이 책을 통해, 정약전의 아우이면서 정약용의 형인 정약종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했다. 예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그저 그가 천주교를 배반하지 않고 버티다가 순교를 한 인물이라는 것. 이 책에서 묘사한 그의 죽음은 정말이지 천주교를 믿지는 않는 사람도 절로 숙연해지게 만든다. 작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시종일관 독자에게 말한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이를 죽여야만 하는가. 그리고 무엇이 그러한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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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송시열에 관한 책도 내일 당장 읽어야겠다. 

방대한 자료를 취합하여 만들어 내는 풍부한 이야기. 철저히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묘하게 드라마틱한 전개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능력. 이덕일 작가에게는 대략 5천 명 정도의 골수 팬이 있다고 한다. 그의 책이 나오기만하면 그 이름을 보고 무조건 사 보는 팬 5천 명.

오늘부터는 5천 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