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의 초상화가 5천원권에 그려져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으로 율곡 이이를 대신해 신권에 그렇게 자리 잡았다.
헌신과 사랑은 물론이고, 시문에도 능하고, 무엇보다 지혜로운 아내이자 어머니의 모범을 보여주는 분이다.

안동장씨 또한 그런 여성이다. 석계 이시명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 또한 지혜롭고 위대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동장씨에 주목을 하는 또다른, 그리고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녀가 저술한 책 덕분이다.

’음식디(지)미방’이란 책으로 다큐멘터리에서도 종종 소개가 된 적이 있는 이 책은 여성이 쓴 아시아 최초의 요리서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요리서적 가운데 하나인 음식디미방은 역사 속의 다른 요리서적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여성이 썼다는 점이 바로 이러한 차이를 명확하게 해준다. 실제 정지(주방)에서 요리를 만들던 여성이 직접 쓴 이 책은 세세한 부분까지도 설명을 하고 있고, 정확한 표현과 재료 등으로 오늘날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그러한 책을 만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만들어보고 싶은 요리가 많지만, 재료를 구함에 있어 쉽지 않음 때문에 막힐 때가 종종 있었다. 오늘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육수는 멸치나 쇠고기, 닭고리를 주 재료로 한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육수 재료는 다름아닌 꿩.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귀해서 쉽게 도전하기가 힘들다. 이런 귀한 것을 왜 이렇게 많이 썼나, 생각을 해보다가 다른 문헌에서 그 답을 알게 됐다.

오늘날에는 꿩이 귀한 동물이지만, 당시에는 산과 들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흔한’ 고기 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평양냉면의 기본 육수도 꿩을 사용하는데, 이런 것들이 다 그런 이유로 하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흔하지 않은 재료들이지만,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오늘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산업화, 선진화라는 제목 아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라지고 난 다음 불현듯 떠올라, 그나마 스스로가 느꼈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세상을 한탄하지만, 결국 스스로에 의해, 인해 오늘이 있게 됐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삼천포 다녀왔습니다.

책의 구성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살아있는 자가 먹는 음식과 죽은 자를 기리는 제사(불천위제례). 음식 부분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주방(酒房)이었다. 전통주 만드는 것을 최근에 배우면서 구체적인 부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스스로의 미비한 부분도 보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좋다.

지금은 고인이 된 황혜성 할머니의 그의 3딸이 이 책을 감수하고 엮었다. 음식디미방의 원전 말미에 보면, 이 책을 베끼면서 집안의 딸들에게 전하되 원본은 귀히 여겨 잘 보존하라는 말이 있다. 이런 안동장씨의 유지를 가장 잘 받은 모녀의 모습이 아름다운 책을 다시 세상에 꺼냈다.

음식을 하거나 술을 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과거 우리의 어머니의 모습이 어땠는지, 당시의 삶은 어땠는지 슬쩍 기웃거려보기 좋은 책이다. 과거가 있기에 오늘과 내일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