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김용택 동시집 (창비)

 

우리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동시집이 있다면 바로 '콩 너는 죽었다'이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즈음 방송을 통해 김용택 시인을 만났고, 그의 행보를 항상 관심가지고 보았다.

그러던 차에 접한 시집이 '콩 너는 죽었다'였다.

학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소개할 때도 아들은 아무런 주저없이 콩 너는 죽었다를 골라서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이 시는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는 시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김용택 선생님의 학교 퇴임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섬진강과 작은 분교를 뒤로하면서

시인은 시집을 냈다. 그것이 바로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이다.

나역시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지라 그의 시를 느끼면서 어린시절로 되돌아간듯한 착각에 빠진다.

어스름 새벽이 몰려올즈음 풀들은 이슬을 대롱대롱 매달고서 우리들을 기다린다.

아이들은 재잘재잘 거리면서 그들을 반겨주는 학교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학교가다가 줄지어가는 개미를 보고선 아이들은 학교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어디가니?에서 만난 아이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어릴적 모습이기도 하고, 울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역시 학교가는 길에 펄쩍 뛰어오르는 메뚜기와, 윙윙거리던 잠자리가 전깃줄에 앉을때까지 가슴졸였던 때가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것들이 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호흡을 하면서 김용택 시인은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시로 표현했다.

학예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이의 서러움을 선생님도 함께 하는 울음으로 대답했다.

시골 생활에서의 팍팍함이 느껴져왔다.

하지만 봄이오면 어김없이 고개를 쏘옥 내미는 들꽃들과 새들의 재잘거림은 그네들에게

생활의 활약소가 되어주고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이다.

시와 함께 어울러진 그림역시 시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까까머리의 아이들의 모습과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를 동심으로 이끌어준다.

이젠 섬진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아이들 편에서 그들을 지지해주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져 오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