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순정만화 중에서 퇴마나 유령 또는 귀신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 세상에 있을 법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동경이랄까 사후세계에 대한 막연한 믿음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붉은 달도 같은 맥락을 유지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카케츠는 불쑥 아리마사 앞에 나타나 아리마사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청합니다. 당대 최고의 음양사 아리마사는 카케츠를 비웃으며 자신은 남자에게 아이를 갖게하는 방법을 모른다며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거절하죠. 하지만 이들의 인연은 카케츠의 끈질긴 구애(?)로 14권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외전까지 등장합니다.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다면 절대 외전까지 등장하지 않았을꺼라 생각해요.

이 만화책은 먼저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카케츠의 경우 자신이 들고양이인줄 알고 자랐지만 사실은 환수의 환생이였고, 아리마사 역시 천년의 생을 산 마요여우와 인간인 아버지 사이의 이류혼으로 생긴 아이로, 자신의 정체성에 남모르는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리마사의 트라우마는 카케츠의 변함없는 애정으로 치유됩니다. 그 과정이 스토리를 이어가는 가장 큰 몫을 차지합니다.

또한 카케츠의 사랑으로 아리마사가 조금씩 변합니다. 카케츠는 늘 자신이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아리마사를 귀찮게 한다며 불평하지만, 항상 남에게 냉정했던 아리마사는 카케츠의 애정공세에 늘 자신이 양보하며 그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죠.

아리마사와 카케츠의 인연은 전생까지 이어지고 신화로도 존재합니다. 또한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이어 마치 스토리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됩니다. 너무나 인상적인 완결이었어요. 전 개인적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되는 완결이 너무나 맘에 들어 외전의 발간은 작가가 너무 친절한 일을 해 만화적 상상력을 반감시킨 것 같아 아쉬웠답니다.   

편견없이 읽어간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편이 있는게 어떤 일인지 알려주는 만화입니다. 깐깐히 구별하자면 BL장르로도 볼 수 있어 BL장르를 싫어하는 분께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붉은달, 아리마사, 카케츠, 밀월, 음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