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울프]

 

어린 시절, SEGE사의 게임기인 메가드라이브로

액션게임인 '베오울프'를 플레이 한 적이 있다.

전형적인 액션 횡 스크롤 게임으로 타격감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 베오울프라는 단어는 근 20년 만에 접하는 것이다.

 

평화로운 덴마크의 한 성이 숲 속의 괴물에게 공격을 받고

먼 땅에서 온 베오울프라는 용사가 이를 극복해 나간다.

후반부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영웅의 일대기로 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며 괴물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와 그 어미의 존재,

그리고 왕이 갖고 있는 용 모양의 술잔의 역할 등이 드러나며

베오울프 서사시가 갖고 있는 '원형'이 드러난다.

 

인간의 본성을 철저히 해부하여 악의 사슬이 인간의 악함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 전의 왕과 다음 왕이었던 베오울프가 결국

같은 운명을 경험하는 연장선 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왕비 한 명에 만족하지 않고 정부를 받아 들이는 모습에서도

간접적으로 이들의 음욕이 드러난다. 그리고 '물의 여인'과의 만남에서

유혹에 기꺼이 넘어가는 모습은 인간 본성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절정의 대목이다.

 

욕망. 이 한 단어로 베오울프 서사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궁전의 왕으로 물욕과 색욕을 뿜어내는 덴마크의 왕과

용사로 명예로운 죽음을 쫓아 목숨을 내건 베오울프와 그 부하들.

작품에 등장하는 세 명의 괴물, 아니 이질적인 존재는

이들의 대립선상에 분명하게 서 있다.

 

이들은 겉 모습이 흉측한 괴물이지만

인간들은 내면이 일그러진 보다 추악한 괴물이다.

이 작품을 읽고 그저 남의 이야기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세상을 살아갈수록 내 안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괴물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베오울프, 아고라, 닐게이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