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가슴 한 구석을 찌르는 따뜻한 동화책이다.

4년 전 읽었던 '가시고기' 작품이 기억났다.

아버지가 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결국에는 자신도 병을 얻어 쓸쓸히 목숨을 잃는 가시고기 아버지의 모습은

암탉 '잎싹'과 비슷하다.

 

좁은 케이지에 갇혀 알을 낳았지만 얼핏 보았던 마당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곳으로 나갈 꿈을 꾸고, 결국 케이지를 벗어나게 되는 잎싹.

그러나 머리 둘 곳이 없어 족제비의 공격을 무릎쓰고 여기저기 노숙을 한다.

그리고 만나는 아기. 나그네와 뽀얀오리가 남긴 알에서 나온 새끼 오리.

 

책을 덮으면서 가슴이 시렸다.

그리고 암탉 '잎싹'의 큰 모습에 한 없이 웅크러져 있던 나를 발견했다.

알을 품고 싶다는 꿈. 아기를 족제비에게 지켜내는 용감함.

그리고 초록머리가 떠날 때까지 노심초사하며 지키는 모습.

꿈이 있는 존재는 모두 아름다워 보인다.

 

'마당'이라는 공간은 한정적인 공간이다.

잎싹의 1차적 목표였지만 그곳이 진정한 낙원은 아니었다.

일정 수준의 행복을 누릴 수 있지만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순 없었다.

그래서 잎싹은 마당을 나온다.

마당을 나오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이자 스스로의 존재 확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내가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사는지도 모르는 케이지 안에 있는가.

아니면

누구나 편하다고 생각하고 안주하기 원하는 마당 언저리에 있는가.

아니면

비바람이 불고 굶주릴 수 밖에 없고 족제비의 공격이 기다리는 마당 밖에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마당에 거주하기를 원하고 그곳에 포함되고자 인생을 사용한다.

마당. 결국 케이지보다 조금 더 큰 자유를 제공할 뿐이다.

마당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은 잎싹뿐만 아니라

현실에 안주해 살아가려고 하는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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