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에 걸맞는 냄새가 나기 마련이지.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 냄새가 나지,

사람 같지도 않게 살았다면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아. 그건 사람이 아니지.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故황유미씨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리고 삼성이 어떻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지

삼성경제연구소가 어떤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실화를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대강 알고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와 인터넷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페이지 가량에 보이는 '삼성 LSI'라는 이름은 씁쓸한 웃음을 더해주었다.

지난 주 동아리 후배가 이곳에서 인턴 입사 면접을 보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 후배는 삼성의 기술력과 인지도에 찬사에 가까운 이야기를 펼치곤 했다.

한 면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그 후배가 생각이 나 안타까웠다.

 

'진보집권플랜'으로 유명한 조국 교수의 별명은 '강남 좌파'다.

생각은 진보적이지만 현실 생활은 보수적이라는 표현이다.

즉, 기존 정치와 경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지만

생활 면에서는 대기업과 보수 집단이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문화를 누리는 것이다.

다른 '삼성은 싫지만 내 아들은 삼성같은 대기업에 갔으면 한다'

라는 말의 문맥과 같은 뜻일 것이다.

 

여기에는 답이 없다.

작년부터 고민해봤지만 늘 나오는 결론은 '더 깊은 고민'이 최선이었다.

어렵다고 회피하지 말고 깊이 생각해야겠다.

분명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대안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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