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의 저자는 김영희님이시다. 김영희 하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닥종이 인형을 말하면 이분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바로 그 닥종이 에술가이신 김영희님의 첫 번째 그림책이 바로 이 <곱슬머리 아이>이다. 
표지 가득 클로즈업된 곱슬머리 아이는 귀엽고 정겨운 동글동글한 아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주황색(?) 곱슬머리때문에 왠지 낯설어보이기도 한다. 특히 본문 중에서 엄마의 까만 머리와 더 비교된다.
그런데 왜 엄마가 까만 머리이고, 아이는 주황색 곱슬머리인지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책 뒷편의 저자의 말을 읽으면 더 끄덕끄덕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낯선 나라에서 아이 다섯을 키웠습니다. 외모 때문에 놀림 받는 내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울었지요.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엄마 아빠가 자상하게 보듬어 주는 가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곱슬머리 아이는 아이의 특이한(?) 머리 모양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습니다. 속 표지에 나와있는 아이의 우는 모습은 참 마음이 짠하게 합니다. 엄마는 아이 머리를 아침마다 빗겨 주며 "우리 장이 예쁜 머리" 이렇게 노래 불러 주시지만, 기쁜 마음도 잠시, 놀려 대는 동네 애들때문에 장이는 울먹울먹 합니다. 아빠 없는 뽀글이라고 놀려대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엄마는 장이에게 "아빠는 바이올린 공부하러 가셨고, 바로 그 곱슬머리 때문에 아빠랑 결혼했다"고 이야기해주십니다.  그렇지만 엄마의 위로로 장이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죠. 혹 머리를 빗으면 곱슬머리가 풀어질까 열심히 아프도록 빗어 보기도 하고, 비 맞으면 펴질까 해서 온종일 비를 맞기도 합니다. 그렇게 비 맞다가 심한 감기에 걸리는 불쌍한 장이. 그 장면을 보니 제 마음이 더 짠하네요.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랫을까요?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오고, 그리던 아빠가 돌아옵니다. 아빠의 눈부신 곱슬머리와 멋진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서 이제 더이상 장이는 슬프지 않았지요. 머리칼이 도르르 도르르 말려도 말이지요.

아이의 다름때문에 주눅들지 않게, 당당해지도록 해주는 엄마의 씀씀이, 그리고 아빠의 사랑하는 마음이 잘 전달되어 오는 그림책이었어요. 사실 다르다는 것은 그냥 다르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데,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다르다는 것이 용납이 되질 않거나 혹은 불편하고 힘든 일이 되지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해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 편할텐데. 서로의 개성이라고 생각하면 좋을텐데 말이지요. 그러한 다름이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각자 타고난 것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것이라면, 서로 편안하게 이해해 주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것, 이것이 필요하지 않나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