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어둡다. 암울하다. 답답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솔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시적인 문체때문인지 변역한 말들 자체가 어려워서 그런지 쉽게 읽혀지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책에 대한 평가나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그나마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그러나, 화려한 수상경력이나 여러 매체에서의 극찬의 호평과는 달리

책 내용이나 읽혀지는 면에 있어서는 반대의 평가도 많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들었다.


폐허가 되고, 모조리 불타버린 세상에 두 사람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

책 제목대로 그들은 끝없이 길을 걷는다.

어느누구의 도움없이 어둠과 배고픔과 아픔과 싸워가며 지도를 가지고 해안가쪽으로 계속 길을 걷는다.

길을 걸으면서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든지, 그들의 식량을 훔치는 도둑놈도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의 이야기보다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심리상태나 갈등 등이 둘만의 대화를 통해서 자세히 보여지고 있다. 


어쨋든, 카트에 담요들을 실고 빈 집에서 식량을 얻어가며 숲속에서 불을 지피면서 

하루하루 정말 힘들게 목숨을 부지해나간다. 

정말 처참하고 아무것도 없는듯한 황량한 폐허의 배경이 계속 떠올랐다.

그것은 곧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먼가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는 것은 전혀 아니니 답답할 수 밖에.

그렇게 숲속과 어둡고 깜깜한 길을 헤메고 헤메다가 드디어 해안가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 길 역시 밝고 빛이 보이는 길은 아니었다.

그나마 침몰되었던 배에서 먹을 것, 입을 것 등을 얻긴 하지만, 이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다 없애기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시작부터 정말 어둡고 탁한 흑백의 잿빛 세상에서 너무나도 죽을고생하는 내용이 반복이 되길래

뒷부분은 반전이 있지 않을까, 그런 절망과 어둠속을 뚫고 나와 희망과 환한 빛이 보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그런 상투적인 반전보다는 오히려 마지막 부분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속에서 느낄 수 있는 

서로에 대한 끝없는 믿음과 이해, 사랑을 담고 있었던 것이 내게는 더욱 크게 와닿았다.

결국 아버지의 죽음에도 아들은 아버지와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부분이 절정을 이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느 다른 책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점 하나. 

사람 마음 속의 아주 복잡한 여러 감정들 - 예를 들면, 답답함, 우울함, 측은함, 놀람 등등 - 을 한꺼번에 느끼기도 했고, 

책의 곳곳에 나타나는 상황이나 배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정의 전이가 되었다는 점은 이 책만의 특징이었다고 할까.

또, 코맥 맥카시의 다른 책에 비교해 절정이고 최고봉의 책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처음 읽는 책이어서 그런 것은 잘 모르겠지만, 

영화화 되었다는 다른 책들도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튼, 다음에 또 한 번 읽고 싶은 책임에 틀림없다.

그 땐 지금과의 또 다른 감정과 느낌을 받지 않을까 기대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