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별.. 조디 피콜트가 또 한 번 논란거리가 될 만한 주제를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탄생 자체를 축복받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선택되어진 안나. 안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십대에 이르기까지 언니 케이트를 위해 혈액, 골수를 비롯해 언니의 삶은 보존해줄 장기를 채취하기 위해 침습적인 시술을 감내해 내야만 한다. 문제는 안나를 짓누르는 것은 이러한 육체적인 아픔과 고통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 사랑받아서, 사랑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태어났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이 가혹하고도 슬픈 과정에서 주인공 안나말고도 눈여겨 보게 된 것은 엄마 사라의 감정선이다. 내가 아직 부모가 아니기 때문일까 엄마의 감정을 따라가기가 굉장히 벅찼고 힘들었다. 단순히 마음이 아프고 저리다고만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이미 태어난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부모의 마음에는 절박함이 서려있을 것이다. 아이가 눈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태어날 아이의 아픔,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가슴으로 느껴야만 할 예견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현재가 저리도록 아프고 힘들 거라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마음으로 케이트를 위한 한 명의 아이를 더 낳기로 결심을 했을 것이고 그 아이를 뱃속에서 키워냈을 것이고 낳았을 것이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오로지 케이트에게만 집중하면서 아이를 낳았을지 모른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막상 안나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자신의 선택이 아닌 결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케이트의 건강만 생각하고 집착하는 엄마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그러지 않으면 엄마도 살 수 없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누그러뜨려보려고 해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후반으로 갈수록 독자의 감성을 울리려고 한 작가의 의도를 묵묵히 지켜보자면 이 캐릭터의 존재가 오히려 더 작품을 제 궤도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고도 보여준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냈을 때 더욱 감동적인 법인데 작가는 마치 자기가 목표한 바대로 독자의 감정이 움직여줬으면 하고 작정한 듯,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 정해진 목표 쪽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좀 저해되지 않았나 싶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매 챕터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로 여유로운 저녁 시간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책을 조금 읽곤 하는데 이틀만에 다 읽을 정도였다. 주인공 사라가 때로는 아이다운 모습으로 때로는 삼사십대처럼 진행시키는 이야기는 여러가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깜짝 놀랄만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 결말이 달갑든 아니든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결말 뿐 아니라 책의 전개 방식이나 작품에 드러난 작가의 태도, 능력 등이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 싶지만 이만큼 가슴이 벌렁거리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책은 근래에 드물었기 때문이다. 읽고나서 가슴벅차는 감동을 주는 책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책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