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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프로 소설가다.”

2005년 겨울부터 200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했던 장편소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바로 그렇게, 몇 겹의 눈으로 들여다본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개인들의 기이한 이야기들은 끝도 없이 끼어들고 중첩되며 갈라지고 증식하며, 그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는 일관되고 필연적인 인과관계조차 부여되어 있지 않다. 김연수는 장편소설의 장르적 유연함을 한껏 활용하여 시공간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다양한 개인의 수많은 이야기를 다채로운 파노라마로 엮어나간다.

추천리뷰: 행복할 수 있어!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개인의 운명

역사에 묻힌 청춘들의 잔인한 세계가 담긴 소설이다. 1930년대를 초반으로 동만주의 항일유격근 거지에서 발생한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배신과 음모가 도사리는 잔혹한 세계를 아름다운 문장과 내밀한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시인을 꿈꾸었지만 내지인마냥 일본인과 함께 일하고 술을 마시며 그저 운명적인 단 하나의 사랑을 맘에 품었다가 어느 순간, 조국과 이념, 혁명과 죽음에 직면하면서 세계의 복잡한 이면에 눈떠가는 한 남자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연인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손을 저주하며 삶을 저버리고자 했지만 다시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 또 한 하나의 순정에 가슴 치는 애틋한 연애기이기도 하다.

추천리뷰: 새 시대를 위해 밤은 노래한다.

패러디의 사랑학 개론

작품의 기본 구조는 선영이라는 여자를 꼭지점으로 한 대학 동기 광수와 진우의 삼각관계다. 광수는 한때 진우의 애인이었던 선영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혼 후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의구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진우는 결혼한 선영을 잊지 못해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만, 선영은 옛사랑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광수에 대한 사랑을 다짐한다.

이렇듯 비교적 단순한 기본 골격에 김연수 소설 특유의 양감과 질감을 부여하는 것은 에세이와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에세이가 주제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집중적인 공략을 허용한다면, 적절히 차용된 대중문화 기호들은 작품에 경쾌한 패러디의 맛을 더한다.

추천리뷰: 사랑과 기억에 관하여

- 목차 -
깐두부만 먹는 훈츈 사람 이춘대씨
국경 너머 도끼로 이마까라 상들의 나라로
불싯, 쎄자르, 이 세상에 로코코코적인 건 없어
아바, 내가 푸르미보다 진실되지 못한 밤비여서가 아니라
빅 웬즈데이를 만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
신화 바깥도, 동방신기 바깥도 없는데, 너 지금 뭐 하니?
나와 신국판과 멸치 사이에 흐른, 그 참으로 오랜 침묵
봉쇄선 백오시빌 너머에서는 익살스럽고 구슬픈
아마도 슬픔이거나, 혹은 20세기가
내 피를 물만큼이나 묽게 만들지 않으면
당신들은 천당과 지옥의 접겨으로 여행을 하고
그리고 우리에겐 오직 질문하고 여행할 권리만이
추천리뷰: ’겨우 이 것 뿐인가!’ 라고 외칠 용기

무한, 그 앞에서 아스라이 사라지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선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우리 문학사에 불멸의 천재이자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 이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전기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굳빠이, 이상」의 주인공이자 중심화자는 이상이 활동한 시대에서 몇십 년을 건너뛰어 2000년대 현재를 살아가며, 이상이 남긴 흔적을 추적해가는 세 명의 인물이다.

작가 김연수는 진위와는 무관하게 모든 정황이 진짜라면 진짜인 것이고, 모든 정황이 가자라면 가자라는 사실, 진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진짜처럼 보이고, 가자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가짜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작가는 무한한 어떤 것 앞에서는 존재 그 자체가 중요하지, 진짜와 가짜의 구분은 사라진다는 주장을 편다.

추천리뷰: 영원 속을 살기, 혹은 거짓의 진실이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