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남자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할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노래를 들어봤다고 말한다면 서운해 할까? 안경넘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볼지도 모른다. 원하지 않아도 히트곡이 되면, 음악은 따라다니냐?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방팔방에서 울려퍼진다. 그렇게 들었던 예전의 윤종신의 노래들은 물빠진 ？F빛으로 기억되고 심지어는 내 애정문제와 믹스가 되어 좋지 않은 기억이 들어있는 곡들도 몇개 있다. 

본이 아니게 의도적으로 듣지 않고 있을때 뜬금없이 들쩍지근한 '팥빙수'라는 곡을 들고 천연덕스럽게 맛좋아~를 외치며 사랑을 받아내는 남자. 그가 윤종신인데 언제부터인가 음악하는 사람인지 예능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더라. 인지도나 금전적인 면으로는 득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어린친구들이 당연히 개그맨이나 방송인으로 인식하는 것을 안 뒤에는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이 좌불안석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명색이 가수고, 음악하는 사람인데 좋을리 없지 않았을까? 이 남자, 은근 매력있는 것이 배짱을 부리면서 한달에 한번 디지털싱글이라는 형식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이어 행보 2011를 내놓는 대범함. 방송에서 빈번하게 보면서 가수로써는 음정도 불안정한 그런 상태를 보이더니 꾸준함에 브라보를 외친다. 매달 다른 이들과의 크로스를 하면서 다양함을 보이며 비록 나가수에서는 사회를 보지만 ' 난 20년차 가수다' 라는 것을 몸으로 몸소 보여주는 꾸준함은 박수받을만하고 그간의 무심함을 걷어 애정으로 답해줘야 한다.

천천히 한곡, 한곡 듣다보니 정말이지 칼같이 잘 들리는 발음으로 노래를 한다. 그런데 좋아. 어휴~ 이래도 되는건지.. 매달 나오던 것을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꾸린 탓에 어떤 곡은 야근이 생각나고, 어떤 곡은 잘 가던 곳의 의자가 생각나기도 하고, 깨알같은 작업을 하시더니 깨알같은 추억과 믹스가 되어 버렸다. 특히, 최근에는 '나이'라는 곡을 들으면서 가슴 절절히 있는데 가사가 거의 예술. 

김연우가 그랬던 것 같은데 윤종신의 생활가사는 의외의 파괴력이 있어서 사람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면이 있는데, 그 리얼한 표현력은 그가 가진 매력의 일부라고. 정말 공감한다. 얼마나 좋은지 기회가 되면 다들 모여 첫곡부터 끝곡까지 와인을 블렌딩하고 음미하듯 같이 음미하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든달까? 그는 이런 치명적인 매력을 왜 그간 숨기고 있었을까? 아니 난 그의 이런 치명적 매력을 왜 이리 늦게 알았을까? 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기회가 된다면 꼭 들어보길 권하고 싶은 앨범이다. 

DISC01. 행보(行步) 2011

01. Happy New Year…With You - Featuring 김광민

02. 바바바 - Featuring 이상순

03. 거기까지만

04. 너 없이 산다 - Featuring 이현우

05. 결국 봄 - Featuring 장필순

06. 두 이별 - Featuring 이정

07. 말꼬리 - Featuring 정준일.MATE

08. Shin's Rhythm For 20 Years - Featuring POSTINO

09. Love Scanner - Featuring 정석원, Swings

10. 니 생각 - Featuring 김그림, 신치림

11. 못나고 못난

12. 늦가을 - Featuring 규현.Super Junior

13. 나이

좋은곡이너무많아, 윤종신, 행보2011,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