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읽히지 않는 책이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책도 또 어디 있을까? 개인적 신상의 변경도 있었지만 멍한 상태가 오래 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이야기의 끝이 보일때는 정말이지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다. 모리미 토미히코(라고 이름을 써 놓아 보니 여자이름같기도 하네)의 전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너무 즐겁게 봐서 정말이지 망설이지 않고 구입을 했는데 완주하는데 힘들었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책을 읽을 상황이 아닌 때에 상상력을 동원해서 온 몸으로(엉?) 읽어야하는 작품을 복잡한 생각과 함께 읽었다는 것이 문제. 작가의 유쾌함과 귀여움은 여전히 힘을 발산하고 있다. 어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사람의 사고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올라오더라. 그 정도로 매력있는 작품이다. 몸에 힘을 빼고 읽어야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나이에 비해 상당히 조숙하고 똑똑하다고 믿는 아오야마의 풋사랑 연구 이야기다. 이렇게 축약을 해도 좋을까 고민을 하지만 더 좋은 비유가 있을런지 모르겠다. 일찍 일어나 새벽의 색을 즐기고, 멋진 개인노트가 있어 오만가지의 것들을 메모하며 연구하는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 1인칭 소설이기 때문에 꽤나 영민하고 남다름이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어린이다움이 너무 빼곡하게 들어있어 귀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그런 아이다. 의젓하게 혼자 치과를 갈 수 있는 어린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절대적으로 훌륭한 어른이 되기위해 노력하는 아오야마의 눈에 들어 온 매력넘치는 치과누나와 갑자기 나타나는 펭귄들로 연구과제가 넘쳐흐르는 과정에서도 이 남자꼬맹이는 누나의 가슴에 원인모를 호기심을 느끼면서 치과누나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초딩이 뱉는 유방이라는 단어는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데 심지어는 동네 빵집의 빵조차 아마도 부드럽기가 그러할 것이라고 앙큼한 상상을 하는 것이다. 쿨하게 동급생인 우치다에게 하마모토와 미모의 누나의 차이를 유방이 없고 있고로 정의내리는 모습은 여지없는 웃음을 유도한다.

어린아이답지만 의외의 논리적 사고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은 리듬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해준다. 왠지 모든 것을 알면서 조언을 해주는 아버지를 통해 아오야마는 하나씩 실마리를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크로스하면서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하는데 다 읽고 나면 헉~! 하는 느낌표가 머리를 강하게 지나간다. 작가는 어쩜 이리 굉장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나르시즘가득한 초등학교 남자아이의 귀여움을 겉포장하고 완전 새로운 스타일의 로맨틱 SF를 만들어 냈다. 

이 책은 날씨 좋은 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읽기 좋은 책이다. 정말이지 욕심으로 쌓아 놓은 책이 많지만 않다면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달까? 교토의 작가라는 별명과는 달리 이 책의 배경은 신흥도시의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중간쯤 읽었을때는 트루먼쇼가 살짝 떠오를정도로 의외의 강한 임펙트가 형성되더라. 이래저래 끌려다니지 않고 한곳에서 길게 쭉 뽑듯이 읽었으면 너무 재미있다고 오도방정을 떨고 다녔을거라 추정되는 이야기다. 가볍게 읽히지만 생각외로 남는 여운은 가볍지 않은 느낌. 작가의 다른 작품이 너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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