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랑스러운 책인데 나에게 약간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뭐, 그래봐야 혼자 이야기지만. 이 책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나온 책인데, 이런 책이 번역될리 있겠냐해서 구매했는데 꼴랑 1년이 지나니 한글번역이 나오네. 사실 토드 셀비의 손글씨는 가독성이 높지는 않아서 읽으면서도 엄청 짜증이 났더랬는데 변역본에는 그 문제를 잘도 해결했더라. 아무래도 제작자의 사고가 아주 세련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멋지게 만들지 못했으리라-.

약간 가격이 있어 구매함에 있어 주저함이 생기지만(게다가 난 원본을 극성맞게 아마존씩이나 이용해서 구매했다) 책을 들쳐보니 참 잘 만들어졌고 스티커도 들어있다. 이런 얄밈쟁이들. 아주 사람을 현혹하는구나하는 맘으로 사와서 집에서 읽는데 정말이지 술술 읽힌다. 아~ 사전을 보며, 셀비의 손글씨를 욕하며 읽었던 시간들(이라고 하지만 반정도만 읽었고 거의 그림과 사진을 봤달까?)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제 책의 러블리함을 이야기해보자. 토드 셀비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지인들의 집을 자신의 뷰로 캡쳐하고, 일부는 그림으로 다시 풀어내는 이 프로젝트는 역시 관음증이다. 타인에 대한 궁금함이 베이스로 깔려 있달까? 사실 어느정도 친분이 생기거나 호감이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집이나 그 사람이 즐겨 있는 장소를 궁금해하기 시작하는데 그 포인트를 얄밉게도 잘 찝어 냈달까?

게다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더 확장이 되었겠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작업실이라든지, 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겠냐는 거지. 내가 첨에 영문판을 구매했을땐 어린시절의 뮤즈라도 칭해도 아깝지 않은 헬레나 편이 있다는 것을 접수하고 나서다. 헬레나는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완전 매력적인 눈을 가진 슈퍼모델로 90년대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결혼하면서 사진이라든지 디자인적인 면에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녀의 사진들은 꽤나 매력적이라서 잘도 사람을 홀리는 편이다. 그녀의 공간, 잡지사의 펜시함이 아닌 지인으로서의 방문이니 얼마나 내추럴하겠는가? 약간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셀비의 그림이 그녀의 미모를 약간 못하게 그렸다는 건데.. 내가 너무 그녀를 애정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던지, 그림을 그린다던지, 혹은 좋아하는 이들이 인터뷰되어 있다던지 하는 것으로 이 책을 사 본다면 덤으로 플러스 알파를 받게 될거라고 장담하는데, 말로는 참 표현하기 어렵네. 수 많은 예술가들, 디자이너들의 보이고 싶지 않는 면이라든지 의외의 매력이라던지가 도토리를 주워 모으는 다람쥐같은 심정이랄까? 특히, 의외의 소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칼 라커펠트의 책이 가득한 집인데 이게 꽤나 멋지고 샘이 나는데 이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진 한장. 그림을 그릴때 쓴다는 미용도구를 보고 그가 얼마나 호사스러운 사람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 특유의 파스텔화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달까? 제주집에 있는 원본과 비교하면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싶더라.

그리고, 앞에서도 칭찬을 한 일이지만. 각각의 지인들 마지막엔 손으로 한 인터뷰가 있는데 이게 진짜 읽기 어려웠는데 이 해석본이 있다는 것. 사실 책을 만드는 입장에선 원본 페이지를 넣을 필요가 없긴 하지만 그 맛이 정말이지 달라서 그 페이지를 어찌 살리나 고민을 꽤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대범하게 원본을 앞에 넣고 뒤에 느낌을 어느정도 통일한 한글번역본을 넣어 필도 살리고, 내용도 살린 것은 참 잘한 것 같다. 

어느 페이지를 펴서 읽더라도 즐거우니 가격이 생각나지 않을정도로 멋진 책이라는 말을 한번 더 해본다.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글로 술술 읽히는 것이 이렇게 시원할 줄 몰랐더랬다. 제주에 내려갈때 가지고 가서 비교를 하면서 보면 완전 즐거울 거 같아서 지금부터 두근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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