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반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꽤나 오랫동안 책장에서 움직이지 않던 책을 며칠 전에 독파했다. 거의 앞부분에서 멈춰 있었으니 새로 읽어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마지막 장을 읽고 나니, 이 책이 얼마나 입체적이고 술술 읽히는 책인지를 알고는 머리가 띵- 하더라. 왜 읽히지 않았을까? 누가 알겠냐만은. 누군가 이 여정(응?)을 봤다면 머리를 쓰담아주며 칭찬을 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보스턴에 베이스를 두고, 사립학교를 거쳐 시카고대학을 졸업한 중산층 백인이 화자이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책임으로 이 책을 쓰고 얼마나 가족들간의 사이가 돈독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외국인 청년이 몸소 겪은 한국이민자들의 삶과 한국여자들에 대한 묘사는 징그럽게 공감되어 버린다. 에이 설마~~를 연발하면서 읽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아줌마로 표현되는 장모에 대한 성격묘사라던지 트러블 아닌 트러블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웃게 만든다. 읽을때도 웃기지만 읽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도 사람을 웃기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예지의 편집자인 벤, 변호사인 개브, 그리고 천하무적같은 장모 케이와 말없는 장인 에드워드. 그 외의 주변인물로 마지막 문화인사같은 사장 조지와 이모 숙자와 우수사원 드웨인. 완전 오색 비빔밥같은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벤은 1.5세대인 개브를 만나기 전에 앞으로  자신이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있었을까? 동양의 유태인이라고까지 칭해지는 한국인의 오기와 끈기를 별다른 역경없이 자라 온 백인청년이 얼마나 쉽게 받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행동양식이 충격 아니였을까?

핑크 빛 꿈으로 델리를 구입, 완전 유연한 사고를 가진 장모 케이와 같이 직접 몸으로 삶을 체험하는 벤의 무기력함이 쓰여 있는 부분이 어느정도 공감되는 것은 아마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싶다. 물건을 받아들고 계산을 하면서도 커피를 만들어 주고, 가격을 불러주며 복권까지 뽑아줘야하는 전천후적인 행동은 무용과 비슷해서 경험치가 없는 사람에겐 계산은 커녕 물건 가격을 외우는 것조차 고문으로 받아들여짐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점차 몸을 움직여 돈을 벌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변화되는 벤의 모습이 이 책의 두번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 순서가 바뀐 면이 있는데 그렇다면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이해와 사랑이 아닐까? 가부장제도와 한국전쟁, 이민사회등등의 문제를 다 몸으로 이겨 낸 장모 케이에 대한 이해와 사랑. 난 벤의 케이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냉정하다는 생각을 초반에 했는데 점차 이해하게 되면서 감정의 변화를 같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멋진 힘이 아닌가 싶다. 장모에 대한 이해가 장학금이란 장학금은 다 섭렵하면서 탑의 성적을 받아내는 아내 개브와의 묘하게 이어져 있음을 감지하는 그 섬세함이 귀엽달까?

깊은 이해가 아니면 잡아내지 못하는 면을 벤은 잡아 냈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집을 모델화시키는 면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LA에서 뉴욕으로 날라오는 숙자이모에 대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주류(라고 절대적으로 생각한다. 절박함도, 그냥 여유로운 그 마음조차 백인지식인으로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니 말이다)입장에서는 이 끈적함을 어찌 이해하겠냐고. 

하여간. 이야기가 넘 길어졌지만 이 책은 유쾌하고, 웃기며, 찡하고 사랑스럽다. 더 말이 필요할까? 한번 직접 읽어보면서 정확하게 묘사하는 벤에게 기립박수를 쳐 줄 수 밖에 없을거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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