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다. 보통 여행서의 경우 사랑스럽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여행서. 확실하게 남다르게 정이 간다. 이를 어째, 책 표지에 눈을 끄는 일러스트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더니 이건 뭐, 완전 달달한 향기가 책의 곳곳에서 풍겨온다. 아~ 어지러워~ 나같은 타입은 상상도 하지 못할 귀여움이 보이니 부러운 맘까지 들게 된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리 훌쩍 떠나 창의적인 일을 했을까? 자신의 생각과 주변환경을 솜씨좋게 글로 엮어내는 모습이 너무 멋지기만 하다. 베니스라는 지역이 주는 낭만성은 상상을 초월하게 강력한 것이라서 여행의 환상이라 할 수 있는 로맨스와 다양한 추억을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라 굳게 믿고 있다. 다양한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베니스는.. 햐~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소를 갖춘 토탈 팩캐지가 아닌가? 으음~ 곤돌라 파워~

 

한달의 여행. 한국적인 직장인 시각으로 보면 한달이 주는 느낌은 꿈같은 것이라서 좋겠다~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살짝 꼬아서 보면 한달로 알 수나 있을까? 베니스를?하는 건방진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을 보니 부럽긴 엄청 부럽나보다. 베니스를 선택하고 문화재랑 동격인 집을 구하고 온 몸으로 베니스를 경험하는 작가를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위안이 되긴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지겨울 수 있는 곳이지만 나같이 묵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보물 상자와 같다. 시간을 정지시킨 공간이, 어떤 이에겐 무덤이겠지만 나에겐 무한한 상상력을 주는 장소 중에 하나인데 이 책을 보니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베니스하면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이 파팍하고 떠오르는데 몇년전부터는 알파치노 얼굴을 한 샤일로와 제레미 아이언스의 고뇌담긴 안토니오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그 영화 참 화려하면서도 재미있었는데..하면서 곤도라를 타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저절로 느껴지더라. 아, 꼭 가보고 싶다.

 

김작가의 베니스 한 달 살기엔 꽤나 많은 음식이야기가 나오는데, 여행하면 늘 배고프다는 이야기가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른다. 왠지 더 특별하고, 왠지 더 정겨운 음식이 생기기 마련인데 한달간의 삶은 여행자와 거주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 해야하는 것이니깐 사먹는 음식도 있고, 스스로가 해결해야하는 면도 있는데 이때 뼈에 사무치는 메뉴는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반응하게 된다. 작가의 요리 도전기를 보면 은근 씨익하고 옛생각이 나서 웃음이 난다. 메뉴를 고민해본, 혹은 처음 요리라는 것과 마주했던 사람이면 이해하게 되는 감정이랄까?

 

페이지 곳곳에 보이는 일러스트와 사진, 감각있는 영수증 인증까지.. 이 책은 대신 떠나 준 분신같기도 하고 심하게 욕심을 유발하기도 하고..떠나고 싶게 해준다. 가을, 감수성 돋게 하는 역활을 잘 이행해주니 대리만족을 해야하는 지갑가벼운 처자들이나 자신의 여행기를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삼아 보면 이쁜 포스팅이나 앨범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쁜 일러스트가 상당히 많이 나오지만 제목을 활용하는 것이라든지 가지고 있는 영수증과 몇가지 도움 아이템(마스킹테이프와 도장들)이 있으면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서를 만들 수 있도록 길을 보여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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