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철이 없는데..
흘러간 세월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고 보니 40대다.
자고 일어나 훌훌 털면 피로가 사라지던
30대와 달라진 몸이 불안하다. 질병의 두려움.
모아둔 재산은 없고
다오다오 입벌린 자식들은 빚쟁이가 따로 없다. 미래의 불안감.
여전히 달려야 하는 피곤한 육신.
늘어나는 흰머리에서 노년을 예감하는 40대는
오후 3시같다. 괜히 마음이 바빠지는..
마흔은 사랑하는 법이 다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마흔이면 안다.
"숨겨진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그리운 악마'(오규원)에서
방전된 삶에 에너지를 충전하고픈 마음을 보고,
백발의 노인을 마주한 '일몰의 빈손'(오정국)에서
빈손으로 가야하는 노년의 예감하고,
"제 몫의 세월을 건너가는 느려터진 발걸음 재촉하지 말자"는 '적멸(寂滅)'(강연호)에서
여유있는 나이를 생각한다.
마흔의 사랑이 20대의 청춘처럼 뜨겁지는 않을지라도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는" 견딤이 어쩌면 가능한 나이같다(사랑법, 강은교).
더 큰 그리움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끝끝내 사랑하되 연연하지 않는 마흔의 사랑.
"더 열심히 사랑할 걸"(모든 순간이 꽃봉우리인 것을, 정현종).. 후회가 가슴을 치기도 한다.
"영혼의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센 듯싶은 팔순의 어머니"(어머니의 총기, 고진하)는
언제 저리 노인이 되셨는가.. 고향의 어머니 생각에 마음에 짠.. 해진다.
인생의 연륜이 있되,
열정의 불씨도 남아 있고,
여전히 힘들고, 때론 안정적인 나이.
청춘과 노년을 함께 품은 나이가 마흔이 아닐까.
마흔들의 애환과 따뜻한 관계, 아픔과 사랑을 노래해 줄 여러 시들과,
그 시들에 대한 엮은이의 해석이 따뜻하다.
지는 내 청춘, 피는 그리움,
마흔이 우는 법
불혹, 화해를 시작하다
겨울에도 피는 꽃, 마흔
행복이 어설픈 마흔에게
늙으신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리며
여섯 가지 주제로 엮은 시들
한 편 한 편 곱씹을 때마다 어쩜 이리 그 마음을 잘 표현했을꼬 싶은..
시를 통해 마흔을 만난다.
인생의 또다른 전환점이 되는 시기에 만나는 시들이
그래서 더욱 마음에 남는다.
안도현 시인이 내게 묻는 물음에
나도 뜨거운 40대로 살아야겠다.. 다짐해본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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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사랑하는 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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