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왼손이 피에 물든 채 강둑에 버려진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다. 사건의 시작이다.

손목의 주인은 작은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타카오카 켄이치임이 밝혀진다. 수사가 진전됨에 따라 한 남자의 가슴 아픈 삶의 궤적과 과거의 일어난 사건들과의 연결고리가 차츰 드러난다.

 

혼다 테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제 2권인 <소울 케이지>를 읽었다.

전작인 스트로베리 나이트에 이은 시리즈의 2탄이다. 전작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는 ‘살인 쇼’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엽기적이면서도 화려한 테마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본작 소울 케이지에서는 한 중년 남자의 과거를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하나하나 밝혀낸다. 빠른 전개와 흥미진진한 내용,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묘사로 인해 한달음에 읽어냈다. 읽어나가면서 명확해지는 이야기의 테마,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타카오카의 죽음의 전모에는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파리지옥과 같은 빚더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최후의 선택으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고 그 위에 군림하는 흡혈충같은 악인이 있다. 타카오카는 아들을 위해 끝내 새로 얻은 삶 마저 버리게 된다. 그 가슴 아픈 부정(父情)에 감동을 받았다. 마음이 아프다.

 

한편 히메카와 레이코를 필두로, 수사를 이끄는 경시청 1과 10계의 인물묘사는 생동감 넘쳤다. 레이코반에는 전작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 목숨을 잃은 오쓰카 대신 하야마가 투입되었다. 하야마 또한 레이코와 마찬가지로 가슴 아픈 과거로 인해 경찰에 지원한 내막이 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 레이코의 오해를 사지만, 점차 마음을 트게 되는 것을 보며 차기작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레이코와 미묘한 애정라인을 형성하는 키쿠타는 이오카에게 질투를 하는 등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있지만, 역시나 관계의 진전은 없다. 제일 흥미로운 인물은 같은 10계의 주임인 쿠사카이다. 전작에서는 맹장 수술을 받는 고로 큰 활약이 없었지만, <소울 케이지>에서는 레이카와 함께 수사의 큰 축을 이룬다. 번뜩이는 감에 의지하는 레이카의 수사 방식과는 정 반대로 극도로 세밀한 조사와 증거 수집을 통해 수사를 해 나가는 쿠사카는 사사건건 레이카와 충돌을 한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서로의 능력을 인정을 하며, 마지막에는 다소나마 앙금이 풀리게 된다.

 

11월에 시리즈의 차기작인 <인비저블 레인>이 출간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어떤 사건을 히메카와 레이코와 동료들이 해결할지 매우 궁금하다. 출간이 기다려진다.

또한 전작들이 워낙 표지가 멋있었기에 이번 표지도 매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