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아무도 모르게 내게 다가왔던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내가 처음 첫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을 때의 아련한 기억, 벌써 20여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버린 세월을 다시 한번 되돌이켜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을 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간의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 시절에 나는 어떻게 했던가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언뜻 스치듯 본 남자 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이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톰에게 꽂혀버린 마음을 거둘 수가 없어서 연기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어떻게든 접근하려고 하는 방법이 일부러 수학문제를 틀리는 것이었다니. 그것도 톰이 수학선생님의 아들인 줄 알고. 그런데 수학 선생님의 아들이 아니었다니. 그때는 아마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의 신이 둘을 붙여 놓는 일이 발생한다. 우연히 몸이 아파서 수학 선생님의 집에서 나오는데, 선생님의 아들에게 과외를 받으러 오는 톰. 이런 것을 천우신조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 둘만의 로맨스가 펼쳐지기 시작하면서 나를 빙그레 웃게 만드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일들, 내가 이 책과 동일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비슷한 경험을 한 지금의 시간에서 뒤돌아 보니까 얼마나 재미있고, 한편으로 유치찬란한지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한없이 진지해지고, 한없이 몰입하게 되는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엄마의 옷을 몰래 입고 가는 가장 무도회라니. 그러다가 유리창에 옷이 끼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톰이 나타나서 외투를 벗어주다니. 너무 재미있는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제목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사랑에 빠져들게 되면 다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만 보이니 수학보다 남자 친구 라는 제목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을 통해서 남자 친구를 만들려는 음모를 왜 부모님과 선생님이 몰랐으리오 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되고 웃게 되었다. 만일 나중에 내 딸이 이 책의 주인공과 비슷한 일들을 벌인다고 하면, 나는 내 딸에게 관용적으로 웃어 넘기고, 모른체 해 줄 수 있을까? 지금은 아마도 내 딸에게 관용을 베풀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적으로 그 때에 도달하게 된다면 어쩌면, 내가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혼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이 책이 내 자녀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