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낳은 위대한 사상가, 퇴계와 율곡. 둘의 모습이 한 시대에 비슷한 나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들을 해보게 되었다. 사실 둘이 서로 상호보완되었다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었다면 아마도 최고의 학문을 이 땅에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자기 수양을 통한 자기완성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던 퇴계 이황의 사상은 하늘을 향해 있었고, 반면에 사회와 자연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며 배우고 이해하고 바로잡고자 했던 율곡 이이는 땅을 바라보는, 한 시대를 바라보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아주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사상을 존경하고 있었던 모습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계는 이상을 바라보고, 율곡은 현실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서로의 통일성은 기대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퇴계가 인간의 내면성을 중시한다면 율곡은 외적인 성취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다른 점들을 발견할 수 밖에 없다.
이것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보이지만, 사실 인간의 삶에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두 가지가 다 필요한 것이고, 서로를 훌륭하게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두가지 학문이 함께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커다란 생각은 어긋난 곳으로부터 흘러 흘러 큰 지점에서 다시 만난다!’
결국은 시냇물이 흘러서 강을 이루고, 강이 흘러서 바다를 이루어서 큰 물을 이루는 것처럼, 결국 사상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을 대표하는 두 천재 사상가들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삶의 근본과 세상의 물리를 깨닫게 만드는 것 같다. 퇴계와 율곡은 서로 화목하게 지냈으나 애써 같아지려 하지는 않았다. 퇴계는 은거하여 내면을 완성하려 했고, 율곡은 관료로서 나라에 헌신하려 했다. 따라서 퇴계에게 율곡은 도덕의 본원에 충실하지 않은 젊은 천재로 보였을 것이며, 율곡에게 퇴계는 당대 제일의 학자로서 세상에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한 발짝 물러나는 나약한 지식인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둘의 목표는 같았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그에서 비롯되는 원칙과 태도로 도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두 사상가의 관점을 이 시대에 다시 한번 실현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