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코트를 입고 외출을 했는데 실수로 커피를 쏟았다. 비싼 값을 주고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나 고민하겠지만 사실 세탁하지 않아도 된다. 나노기술을 갖춘 의류라서 스스로 오염된 부분을 클리닝하고, 손상되면 알아서 수선되기 때문이다. 바빠진 생활 때문에 밥 먹을 시간이 없어진 탓에 알약 하나를 섭취함으로써 하루 식사를 대체한다.

 몇 개월 동안 다른 도시로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숙소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3D 프린터를 이용해 살 집을 프린트하면 20시간 안에 보금자리가 완성된다. 멋지고 화려하진 않지만 4,800달러(대략 525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 만에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땅이 작거나 집이 비좁다면? 클레이트로닉스라는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잘 때는 침대였다가 아침 식사 시간에는 식탁으로, 저녁에 책을 읽을 때는 소파나 탁자로 변신하는 가구로 불편함을 극복하는 것이다.

 

책『유엔미래보고서 2045(교보문고, 2015)』에서 제시한 내용들 중 의식주와 관련된 부분을 참고하여 간단히 엮어본 것이다. 마치 신세계 같은 느낌이다. 위의 내용은 일부분일 뿐, 전체적으로는 4개 파트에 걸쳐 기후변화(지구 온난화), 인공지능의 발달, 인간 수명의 연장, 미래 인류의 과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찾아보니 2008년부터 매년 시리즈로 한 권씩 출간된 이래 7번째 책이었고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이런 저런 언론매체에서 언급되고 있었다.

 

 책에서 묘사하는 미래의 모습은 처음 접할 때는 쉽게 믿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회의 모습이 불과 몇 십 년에서 몇 백 년 사이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생각하면 심한 비약까지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983년 휴대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간단한 전화 정도가 가능했던 것에 비해, 30여 년 뒤인 오늘날 스마트폰은 음악 감상, 사진 및 영상 촬영, 게임, 인터넷 접속, 방송 청취, 금융 업무 실행 등 무수한 기능으로 아예 손 안의 작은 PC가 되지 않았는가.

 

 물론 앞으로 대단하고 환상적인 미래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지구 온도의 상승으로 기후 난민들이 대거 등장하고 생태계는 파괴된다. 아열대 지방은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고, 오히려 지금은 추워서 생산 활동이 불가능한 러시아나 캐나다, 남극 등지가 새로운 농토로 각광받는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전자가 변형된 농작물들이 보편화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극도로 발달하여 초지능으로 올라서면 매우 위험한 무기로 변모할 수도 있다. 무인 자동차와 무인기의 발달로 대중교통과 택배 관련 직업이 사라지고,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만남으로 인해 기자(지금도 뉴스 기사의 일부를 컴퓨터가 쓰고 있다고 함)나 의사, 재무 설계사와 같은 직종 역시 소멸될 것이라고 한다.

 

 마치 공상과학 소설 같은 내용들이지만 미래의 모습을 무작정 예상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연구 · 조사 기관, 대학, 단체의 근거자료를 토대로 여러 전문가들이 예측한 내용이므로 어느 정도의 공신력과 신빙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이 책은 예언서가 아니고 예측서이기 때문에 내다본 미래의 모습이 실제와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책 제목에 '유엔'이라는 단어가 있어 국제기구인 UN에서 공식 집필한 책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산하에서 활동하다 독립 기구로 전환된 '밀레니엄 프로젝트'라는 그룹이 펴낸 것이었다. 헷갈리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또 워낙 자료 제시가 많다 보니 읽다가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중요한 내용들을 그래프나 도표로 정리해 준다면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30년 뒤 세상의 모습을 들여다본 것 같아 흥미로웠고, 앞으로의 유망 산업이나 투자 전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머나먼 것 같지만 생각보다 머지않은 2045년. 이 미래보고서의 내용들 중 무엇이 맞고 무엇이 빗나갈지 점치기보다는, 어떤 결과가 되었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