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은 어우러질 수 있는 학문인가? 다소 공격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흔히 나누듯이 ‘과학은 이과, 철학은 문과’ 식의 단순 잣대로 판단하자면 접점이 없어 보인다. 이론과 공식으로 무장되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학과, 인간 사유를 기반으로 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인 철학의 만남이라니, 영 어색한 조합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책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지식채널, 2014)』의 표제를 보고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막상 책을 잡으니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첫 느낌이 들었다. 시대를 아우르는 과학과 철학 사조들을 400쪽이 조금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다루다보니 어떤 이에게는 책을 단번에 탁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학문적 정의와 용어가 많아 주석을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이 좋다.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천천히 음미하듯 읽다보면 과학과 철학의 조합이 주는 매력이 물씬 느껴진다. 과학 이론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 순간 읽는 이가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아하~ 하다가도 갑자기 알쏭달쏭해지고, 그러다가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어 잠시 책을 내려놓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기도 한다. 

 여러 과학 이론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의 일화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중,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과학 이론들을 다시 보게 되니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다양한 삽화, 그래프, 사진과 그림 자료들이 첨부되어 있다. 구어체로 쓰인 문장 덕인지 딱딱한 이론 설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가 하는 강연을 책으로 듣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결국 과학 또한 철학과 같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기에 두 학문은 서로 동떨어졌다기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학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대 철학자들은 과학자이기도 하지 않았나. 결국 큰 틀에서 보자면 과학과 철학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올 봄 교육방송 특별기획으로 방영되었다던 저자의 13회 강연을 보는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글쓴이가 썼다는 또 다른 책 『온도계의 철학』을 언젠가 시간이 되면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