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놀까? 최근에는 학원이며 학습지며 아이들 스케줄도 어른 못지않게 참 바빠 보인다. 심한 경우 학교 끝나자마자 연달아 방과 후 프로그램이니 학원이니 쉬지 않고 돌다가 집에 와서 각종 학습지와 숙제를 하고 나면 하루가 끝나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시간이 많아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른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여 귀가가 늦거나 아이와 있는 시간이 부족한 탓에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방황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다 보면 가장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인 TV, 컴퓨터를 켜거나 스마트폰을 잡게 되는데, 들로 산으로 나가 뛰놀던 옛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책 『괴짜 발명가 아빠의 괴짜 육아놀이(손천강, 라온북, 2014)』의 글쓴이 손천강은 아이에게 아빠표 놀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아빠다. 그는 책을 통해 ‘괴짜 육아놀이’라는 이름으로 101개의 퀘스트를 제시하고 있는데 모두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다. 매 퀘스트마다 관련 영역(언어, 물리, 도형, 스포츠, 미술, 문화, 디자인 등)을 분류해놓고 놀이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한 쪽 귀퉁이에 적힌 TIP은 참고 정도로 보면 된다. 반대편 쪽에는 실제 글쓴이 딸이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실었다. 더불어 독자들이 직접 자녀와 함께 퀘스트를 수행한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책의 맨 앞에서 글쓴이가 강조한 부분이기도 한데, 그는 퀘스트 후 완성된 사진이나 결과물을 꼭 모아두기를 당부한다. 그냥 해보는 것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기록으로 남겨 차곡차곡 추억을 쌓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너무 간단한 것들이라 허무하다는 느낌도 들 수 있다. 내가 갖고 싶은 자동차나 집 그려보기, 아이와 연극하기, 땅파기, 자전거를 타고 동네 탐험 떠나기, 지우개 따먹기 등. 어찌 보면 정말 특별한 것 없고, 엄청난 준비물이 필요하거나 대단한 원리와 효과가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글쓴이는 무려 5년 동안 아이와 함께 놀면서 정리하고 메모해 온 것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아이들은 거창한 놀이가 아니어도 그저 엄마, 아빠가 자신과 놀아준다는 사실만으로 무척 좋아한다. 어른들 눈에는 별 것 아닌 내용일지라도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본다면 무척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일 수 있지 않을까?  

 

 특이한 것은 아이와 놀다가 아빠가 특허를 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불이나 천으로 몸을 둘둘 말아서 노는 이불놀이를 하다가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아예 ‘어린이 김밥 놀이 침구세트’를 고안하여 실용신안 신청을 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육아일기 같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2장을 보면 육아놀이 퀘스트와는 별개로 글쓴이가 개인적으로 딸을 위해 쓴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다. 세상의 어떤 아빠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결혼한 지 오래 되어 얻은 딸이라던데 아이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담겨 있다. 물론 개인적인 내용이라 그다지 와 닿지 않을 수는 있지만, 양념으로 보면 될 것이다.

 

 보통 노는 것과 공부 잘 하는 것은 별개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재미있게 노는 데에도 나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주어진 도구나 환경을 이용해서 즉석 놀이를 떠올리는 건 나름의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떤 아이들은 그네, 미끄럼틀을 타거나 정글짐에 올라가는 등 그저 있는 시설을 이용하는 정도만 하다가 지루하다고 금세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아이들은 거기에 상상력을 얹어서 논다. 모래를 긁어모아 온갖 것들을 만들고, 주변에 놀던 다른 아이들을 불러다가 해적단을 만들거나 역할극에 빠지기도 하고, 한 가지 놀이가 아니라 여러 가지 놀이를 번갈아가면서 즐긴다. 그렇게 보면 재미있게 노는 것도 재능이 아닌가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놀았던 추억이라면 아이들은 머리와 가슴으로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아빠, 혹은 엄마와 신나게 놀며 배우며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 보기만 해도 흐뭇하지 않은가. 길든 짧든 하루에 한 번씩 자녀와 노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