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한 권 들면 그것을 계속 읽지 않는다. 한권의 책을 죽 읽으면 괜히 지루한것 같고 머리가 혼란 스러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책상에서 읽는 책이 따로 있고,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읽는 책이 따로 있고,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짜투리 시간에 읽는 시간이 따로 있다. 짜투리 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린다거나, 산책을 하다 벤치에 앉아 쉰다거나 하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 읽어야 하는 책은 학문적이거나 아주 집중을 요하는 책이다. 이를 테면 요즘 내가 읽고 있는 김남준 목사님의 [인간과 잘 사는 것]이란 책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때 이런 책은 책상에서 읽어줘야 한다. 그러나 이런 책 말고 요즘 내가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읽는 책은 [교리와 신앙], 칼 트루먼, 지평서원의 책이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읽는다고 하니까 내용이 가벼운 소설류의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내용도 이해할 수 있고 책을 읽을 때 게속 읽는 것이 아니라 몇 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을 말한다. 이 책은 신조와 신앙고백에 관한 책이라 그렇게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내 자신과 우리 교회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거기다 생각하면서 잠이 들수 있으면 좋은 책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성경으로 고전을 만나다]는 책은 [RE]라는 잡지를 통해 보았던 연재물이다. 사실 고전이란 저자의 말대로 읽어야 하는데 읽지는 않는 책이다. 누구나 읽었다고 하고 싶지만 절대 읽지는 않는 책, 그것이 고전이다. 이 책은 그 고전을 성경읽기 - 정확히 말하면 목회읽기라고 해야 할 것인데, 목양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고전을 자신에게 적용한것 - 를 한 것이다. 이 책은 주제별로 8장까지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1장을 읽을때 '내가 왜 이리 가벼운 책을 샀지? 돈도 없는데, 그냥 빌려 볼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헌데 어느 순간 지은이 처럼 '내가 소설 속에 등장인물이라면'하고 적용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책을 대하자 깊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의 말이 감화력이 있다면, 그 이유는 그 사람이 그것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자신의 체험을 얼마나 투영할 수 있는지 따라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교회가 하나가 되기 위해선 교인들이 모두 동일하신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성품을 경험함으로 놀라운 영적인 연합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