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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서 그럴까?
3월과 함께 겨울보다 많은 어린이책들이 세상으로 나왔다. 70여 권에 달하는 많은 책을 하나하나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러면서 새삼 느낀 것은 우리나라 어린이들 참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하여 문학, 과학, 수학, 예술 각 분야의 책은 물론 그림책, 만화, 심지어는 어린이를 위한 처세와 경영에 대한 책까지 이렇게 훌륭한 장정과 내용(?)은 물론 그림으로 만들어서 출간하니 우리나라보다 더 어린이를 사랑하는 데가 또 있을까! 만약에 내가 어렸을 때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책을 골고루 읽었다면 나는 지금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곁들여서! 여하튼 요즘 어린이들 공부하랴, 학원가랴, 이 많은 분야의 책을 읽으랴...... 일하는 엄마나 아버지 못지 않게 바쁘겠다는 안쓰러움이 들었다.

이번 달에는 3권을 골랐지만 놓치기 아까운 책들이 역시 많았다. 그 가운데에 우선 《비밀에 싸인 아이》가 있다. 생태작가로 알려진 이상권 작가의 이 장편동화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내서인지 생생한 묘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성장동화라 할 수 있는 이 동화는 작은 농촌 마을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 온 시주, 집을 뛰쳐나와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잡초처럼 살아가는 영재가 대도시의 변두리 동네를 배경으로 서로 믿고 마음을 의지하면서 여러 사건들을 겪어나가는 이야기다. 작가는 성장이란 몸만 자라는 게 아니라, 슬픔과 외로움을 알아가면서 자기만의 꿈을 찾아가는 것이며, 그런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림책 《울었어》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나카가와 히로타카의 글과 어린이의 마음을 잘 아는 작가로 유명한 초 신타의 그림이 만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나󰡓는 넘어져서, 기뻐서, 무서워서, 화가 나서, 다시 만나 반가워서 울었던 자신의 경우를 이야기한 뒤에 만날 우는 갓난아기, 전쟁에 집이 불타 우는 텔레비전 뉴스 속의 외국 아이, 식구들에게 말 못하고 이불 속에서 우는 엄마처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우는 경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작가는 어린 화자의 천진하고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를 빌려, 울음이 슬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의미도 있음을 말한다. 또 한 권의 그림책, 《부엌 할머니》는 우리 부엌과, 부엌에 담긴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책으로 우리 어머니들의 생활과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기운처럼 따뜻한 가족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가족사의 산 증인인 부엌 할머니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봄이 할머니네 집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갓 시집 온 어설픈 새색시가 손끝 여문 안주인이 되고 또 인자한 할머니가 되기까지 부엌을 무대로 알콩달콩 정겨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옛 부엌 살림살이의 이모저모와 조왕 단지 모시기, 복토 훔치기 등 부엌에 얽힌 흥미로운 풍속도 엿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의 숲과 풀밭에서 나는 버섯 100종과 우리나라에 사는 새 100종을 물새와 산새를 결 하나 하나와 광택까지 자연의 빛깔을 생생하게 그려 넣은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버섯 도감과 세 도감》 시리즈. 지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전하는 지구 백과사전이자, 하나밖에 없는 우리의 행성인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책인 《우리의 행성 지구는 안녕한가요?》는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더 나은 자손을 남기기 위해 치열하게 짝짓기를 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공작아 예쁘게 꾸미고 어디 가니?》도 즐겁게 읽은 책이다.

“봄”탓일까?
따스하고 밝은 햇살 아래에서 책장을 넘기기보다 마냥 걷고 싶을 때가 더 많다. 내가 이럴진대 우리 아이들은 오죽하랴! 그래도 나그네도 길에서 잠시 쉬듯, 우리 아이들도 햇살 아래에 앉아 제 좋아하는 책을 몇 장이라도 읽고 기지개 한번 늘어지게 켠다면, ‘잠시’, ‘아주 잠시라도’ 봄이 봄으로 아이를 온전히 감싸 안아주리라.... 하는 그림책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