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품은 아이, 그리고 산이 울렸다 다음으로 읽게 된 할레드 호세이니의 세 번째 작품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성들의 삶에 대한 내용으로 소녀의 눈에서부터 어머니의 눈으로 세상을 따라간다. 비록 전쟁 속의 시대적인 상황과 여성편력이 심한 아프가니스탄의 배경이 책의 내용을 더욱 극으로 치닫게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어머니'이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이 느껴져서 더욱 가슴아프고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 엄마가 되지 못했지만 소녀일 때의 삶과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을 때의 나를 생각했다. 혼자였던 나는 얼마나 꿈 많고 자신감이 넘쳤던가. '평범하게 살아라' '지난친 욕심을 부리지 말아라'는 엄마의 충고는 엄마와 다른 특별한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무료한 이야기였다. 물론 나는 이해력과 눈치가 빠른 탓에 성적에 비해 좋은 환경 속에서 능력이 높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튀는 것 없이 무난한 생활을 바라며 지내게 되었다. 어릴 적 나를 돌이켜보면, 나는 참 인기가 많고 눈에 띄는 것을 즐기던 소녀였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으나 안정된 가정을 가지게 되면서, 나는 이 소중한 안정된 가정이 깨어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나 자신이 공격받지 않도록 조용해져야 하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엄마가 된다면, 나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나의 목소리를 줄이는 노력이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나는 그 어린 눈으로 나의 어머니를 바라보았을 때, 그 희생이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 매체에 나오는 당당하고 똑똑한 여성들을 보면서, 나 역시 결혼 하고 아이를 갖게 되더라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의 노력과 가족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희생'한다는 것과 같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의 어릴 적 생각처럼 희생이 바보같고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가 나보다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기꺼이 할 수 있는 삶의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