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를 얘기하자면 [연을 쫒는 아이]를 빼 놓을 수가 없다.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신선하다는 단순한 이유로 집어든 책에서, 우정과 배신, 속죄와 구원에 대한 어려운 주제를 두 아이의 이야기로부터 깊이 있게 전달받았던 기억이었다. 언니는 같은 책을 읽고 오히려 담담한 문체에 더욱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살면서 어쩌지 못하는 슬픈 상처와 따뜻해서 더 아픈 감정을 느꼈다. 까마득히 먼 땅의 어떤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안겨주는 글을 쓴다는 것이 대단한 작가였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은 가족을 주제로 그린 소설로 압둘라와 파리 남매의 가슴아픈 이별을 중심으로 몇 세대에 걸친 가족들의 이야기를 모두 그리고 있다. 가난 때문에 일찍이 이별을 한 남매의 이야기가 가장 큰 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각각의 인물들의 삶을 단락별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읽었을 때에도 내용의 흐름에 전혀 지장없이 각각 나름대로의 감동을 전해받는다는 것이 공감이 된다.

주인의 아내를 사랑해서 그녀를 위해 조카를 팔게하는 집사와, 남자인 그를 사랑하여 마지막을 집사와 함께하는 주인, 파리를 데려오지만 끝내 파리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닐라, 가난때문에 파리를 파는 압둘라와 파리의 아버지, 쌍둥이 언니를 죽게하고 그런 아버지와 결혼한 아내 등 다양한 인물들이 소설의 내용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각각의 삶에 모두 완벽하지 않은 모순점이 있지만, 그것 역시 [삶]이라는 전제하에 이해가 되었다.

소설의 가장 처음 부분에 나오는 동화는, 압둘라와 파리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동화속에서 한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괴물로부터 한 아이를 재물로 바치게 되지만, 용기를 가지고 찾아나서게 된다. 마침내 찾아낸 괴물은 빼앗아간 아이가 행복한 환경에서 누구보다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아버지를 단념시킨다. 돌아오고 나서 아버지는 두고 온 아이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아가게 되지만,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슬픔이 부재로 남는다.

압둘라는 어릴적 가장 자신이 사랑했던 어린 여동생을 빼앗기고 평생을 그리워하면서 살고, 파리는 아무것도 기억 못한채 살아가지만 자신이 기억못하는 어떤 부분에서 알 수 없는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마침내 둘은 희끗희끗한 머리를 가진 노인이 되어 만나게 되지만, 압둘라는 이미 기억을 놓은 상태에서 파리를 기억하지 못한다. 가슴아픈 전개에 작가가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산다는 것이 늘 그렇듯 어긋나는 것이 많다.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감정이 혼합되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고민되었다. 이입이 잘 되는 나의 성격상 한숨에 다 읽어 내리기에는 버거운 책이었다. 때문에 한달동안 읽게 된 것 같은데, 한달간 나는 어딘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유쾌하지만은 않은 묵직한 여행을 끝내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순 없지만 가슴깊이 진한 울림으로 남아있으리란 걸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