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사상가 50인에 올라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매니지먼트 사상가]라는 직업조차 낯설고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용어도 이해가 쉽지 않았다. 첫 부분에 작가 자신도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여 그의 생각이 겸손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쓰는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중반 쯔음 오십이 되었을 때가 언급되고 마무리에는 일흔을 맞았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장기간 그의 생활과 바뀌는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았다.

초반에는 일을 처음 시작하며 그가 배우고 느끼고 경험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장소에서 경험한 것에 대한 생각들인데, 그 당시 그에게 중요한 부분은 높은 급여와 능력 보상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중간 부분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그의 생각은 전보다 많이 바뀌게 되었다. 그 후 다른이들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생각, 가족을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 가치관등이 다뤄지면서 훨씬 몰입이 잘 되었고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평생 야망이 없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장례를 치루며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그의 가치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 후 안정적인 생활 영위가 가능했던 직업에서 반 타의적으로 그만두게 되면서 그는 시간과 공간을 제어받지 않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찾는 데 주력했다. 안정된 생활 속에서는 자유를 갈망했지만 막상 반 타의적으로 자유로워 졌을 때는 그는 후회와 절망 비슷한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이후 그의 배우자 엘리자베스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는데, 그녀는 찰스핸디가 가치관을 형성하고 다시 일어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조언자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불안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려고 노력했고 시간과 공간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 모든 과정은 엘리자베스와 상의하고 함께하면서 이루어진 결과라며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그의 배우자로 손꼽기도 했다.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찰스 핸디는 배우자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했다. 평생 가장 많이 떨어진 시간은 8시간, 슈퍼마켓을 갔을 때 뿐이라는 부부의 삶이 부러웠다. 나는 한 사람에게 이렇게 중요한 삶의 부분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또 문제에 닥쳤을 때 현명하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나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고, 나와 나의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가슴깊이 생각해주는 반려자가 있는 엘리자베스가 부러웠다.

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하지만, 내가 읽어본 소위 말하는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삶은 지극히 검소하고 소탈하며 누구보다 가족을 존중하고 사랑했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에서의 성공, 부, 지위를 원하지만 그것을 이룬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족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그들이 다 가졌기 때문인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가지게 된것인지 알 수 없지만, 성공을 위해 나아가는 삶일지라도, 삶을 가장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기본적인 것을 지키면서 살고 싶다. 나의 배우자가 되는 사람도 적어도 이런 생각을 함께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욕심일까.

중간중간 기억해야하는 매니지먼트에서 중요한 문구들도 훌륭했지만, 그가 삶과 가족과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가 진솔하고 진지하며 감동적이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