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산을 바라볼 때 그 위용에 압도되어 입이 쩍 벌어질 때가 있다. 그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어 산을 오르기를 반복하고, 험난한 산맥을 넘고자 끊임없이 도전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반면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고 은폐하기 쉬운 곳이 또 산이기도 하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 산은 흔히 은폐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스스로 삶을 등지기도 한다. 아무런 말없이 그 모든 것들을 받아주고 눈감아주고 가려주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산의 다양한 모습의 매력을 작가는 익히 간파하였던 것일까. 카린 지에벨의 <빅 마운틴 스캔들>은 아름다운 광경을 뽐내는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살인사건을 다룬 심리스릴러이다.

 

프랑스 동남부 지역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에 산이 생명과도 같다고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산악가이드로 일하는 뱅상 라파즈와 국립공원 관리인인 오랜 친구 피에르​. 뱅상은 5년 전 아내 로르가 산장을 떠난 뒤 이후 다른 여자들과 의미 없는 관계를 맺으며 홀로 살아간다. 군인 경찰대에 배치받은 세르반을 만나게 되면서 인간적인 신뢰와 애정을 쌓아가던 중 국립공원관리인이자 친구인 피에르가 실족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죽음이 석연치 않았던 뱅상은 세르반과 함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친다. 파헤칠수록 그동안 감춰져 있던 거대한 음모와 진실이 숨겨져 있음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고, 의혹들이 하나씩 풀어나가며 거대한 진실들이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자들과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자들 사이의 대립과 온갖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죽고 죽이고 속고 속이며 온갖 잔인한 일들이 벌어진다. 산은 말없이 그 모든 음모와 비리를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우리가 믿는 것이 진실이 아니듯 삶은 때로는 허망하고 진실은 저 먼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속살이 그러하듯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들의 추한 모습은 많이 닮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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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지, 아니면 끝까지 입을 다물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었다. 진실을 털어놓을 경우 현재 누리고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었다. 입을 다물 경우 파멸이 예정된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오직 메르캉투르 국립공원만이 그를 도울 수 있었고,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그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피에르에게 산은 생명과도 같은 곳이었고, 언제나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곳이었다. _본문 35~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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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탐욕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한다는 곳에서 감히 그런 잔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상상을 하니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저 너머에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인터뷰 말처럼 산은 한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변화무쌍한 모습이긴 하나 때로는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삶의 지고한 순간들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끝없이 벌어지는 인간의 탐욕스러움은 ​참 많이도 닮아 있다.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아닐까 싶다. 산하면 공기 좋고 아름답고 힐링이 먼저 떠올랐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이면에 숨겨진 산의 또 다른 모습을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 같다.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을 통해 제공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