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청춘들의 고뇌는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앞날을 걱정하는 청춘들도 물론이거니와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제대로 청춘다운 삶을 만끽해보지도 못한 채 우울한 삶을 보내야 했던 청춘도 있었다. 그 어떤 삶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기 마련이겠지만 문학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소설 동주와 몽규>는 식민지 시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처절하게 고민했던 시인 윤동주와 그의 단짝 송몽규의 우정과 빛나는 청춘을 다룬 이야기이다. 작년 윤동주 시인 서거 70주년에 맞추어 출간된 <시인 동주>가 시인의 문학에 대한 열정, 삶과 사랑, 짧은 생애에 대한 안타까움을 시처럼 담고 있다면, 유광남 님의 소설 <동주와 몽규>는 동주와 몽규의 우정과 나라 잃은 청춘들의 삶과 고뇌를 담고 있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판단할 줄 알던 몽규, 처신을 가볍게 하지 않고 늘 신중했던 어린 동주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독자들은 10대의 어린 동주와 몽규를 만난다. 이웃한 여학교 학생들에게 풋풋한 감정을 품었던 소년 동주와 몽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늘 고민하던 열정 어린 동주와 몽규, 불의 앞에 떳떳하게 자신들을 드러낼 줄 알던 용기 있는 동주와 몽규, 국가의 앞날을 위해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겁없는 동주와 몽규를 만난다. 유관순 누나,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등 독립투사들의 긴박한 일련의 사건 속에서 어린 소년이 느꼈을 감정과 고뇌가 시대적 흐름 속에서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진짜 동주와 몽규라면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나 좋은 시대에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나라 잃은 슬픔이 어떤 것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만은 정직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전해지리라. 그가 남긴 시 안에 절망감으로 가득 찬 청춘의 마음이, 아픔을 이겨내고자 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소설을 읽고 시를 읽는 것은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어리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나라를 위해 힘이 되고자 했던 어린 청춘들이 있었음을 조금이나마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진심으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시인이 있었음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야말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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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은 무너졌다,

붉은 마음의 탑이

손톱으로 새긴 대리석탑이

하로저녁 폭풍에 여지없이도,

오오 황폐의 쑥밭,

눈물과 목메임이여!

꿈은 깨어졌다

탑은 무너졌다.

_ 1936.7.27. <꿈은 깨어지고 중에서>

살아서 시집 한 번 내보지 못했고 시인으로 불리지 못 했던 윤동주의 삶을 그린 영화가 올해 개봉되었고, 개봉과 맞물려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초판본과 증보판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몰락한 조국을 마음으로 지켜냈던 청춘들의 삶이 소설로, 영화로, 문학으로 오래 기억되고 회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 지난 옛날 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다 잊히기 마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짧은 생애를 뜨겁게 살다간 사람들만큼은 자꾸자꾸 기억하고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소설 동주와 몽규가 반갑고, 영화 동주가 반갑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가 반가운 이유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을 사랑했던 청년 윤동주와

자유와 독립의 의지로 투쟁했던 송몽규는 결코 죽지 않았다.

동주와 몽규는 오늘도 바람에 스치운다.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을 통해 제공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