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창의성의 원천이 되는 인문학은 무엇일까. 학교 공부에 치이고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은 어떻게 다가올까. 그 정의조차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많을지도 모르고, 시험공부하기도 바쁜데 그것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인문학이란 무엇이고 왜 인문학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지 그 해답을 이 책 <10대에게 권하는 인문학>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분명 이 책은 시험문제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사고하고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힌트를 줄지도 모르겠다.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자 선생님들이 풀어 쓴 최초의 청소년 인문서이니만큼 읽는 독자들을 고려하여 알기 쉬운 내용과 친근한 어휘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고 노력해서인지 한 번쯤 들었음직한 낯익은 소설과 영화 제목들이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10대를 겨냥한 책이지만 부모와 선생님과 함께 읽으며 진지하게 인문학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인문학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에 앞서 우리는 '왜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일까.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도록 자꾸 우리 스스로를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사회는 우리에게 무엇이고, 과학의 발전은 우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가. 그런 질문의 꼬리를 물고 물어가다 보면 궁극에 우리가 알고자 했던 인문학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수많은 질문과 생각과 상상력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아내기 위해 문학, 역사, 철학, 신화, 언어학은 알기 쉽도록 독자들에게 인문학의 바다에 빠지게 할 것이다.

나는 가끔 내 삶에 가장 중요했을지도 모를 10대를 진지하게 고민 한 번 해보지 않은 채 흘려보낸 그 시간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공부하라는 어른들의 잔소리조차 그저 그러려니 받아들였고,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도 없었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던 어른들이 보기엔 '말 잘 듣는 아이'였던 것 같다. 자신의 삶을 방치했다는 것도 모른 채 훗날 나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 거라는 것도 모른 채 흘려보낸 부끄러운 10대였다. 불안했던 20대는 어땠을까. 시대를 잘 못 타고났다며 시대의 책임이라 눈 돌렸었다. 그때 좀 더 일찍 내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나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도전하고 모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도전하고 좌절했던 시간만큼 더 단단해지고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한다. 10대들에게 인문학은 그런 길잡이가 될 것이기에 인문학에 좀 더 일찍 눈을 뜰 수 있었으면 한다.

청춘의 방황은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 아니라 훗날 보이지 않는 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십대들이 겪는 잠깐의 방황은 긴 인생으로 볼 때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거름이 된다면 기꺼이 내어주어도 좋을 시간이 아닐까 한다. 방황하는 시간에 문학을 접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기르고,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와 미래를 보고, 상상도 못 했던 모험도 서슴지 않으며 낯선 세계와 만나는 경험을 해도 좋지 않을까. 가끔은 한눈을 팔아도 좋지 않을까. 이 책은 분명 그래도 좋다고 말해준다. 인문학으로의 여행은 자신과 만나는 여정이고 미처 보지 못 했던 자신의 삶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컨버전스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하나를 잘해서 성공을 하고 리더가 되고 꿈을 이루던 시대는 지났다. 과학의 발달은 우리가 더더욱 인문학에 의지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 경고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인지하고 꿈을 펼치고, 이 시대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을 가고 취직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세상을 읽고 문화를 체험하고 사람답게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답할 줄 아는 인생공부를 해야 한다. 거기에 기쁨도 있고 행복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 당위성을 아낌없이 설명해 줄 것이다.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_아인스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