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간다 by 권정생

옛날 옛적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정겹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때는 더더욱 우리 옛이야기가 듣고 싶어집니다. 우리 옛이야기들 중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은데, 새로운 이야기들에 가려서 정말 좋은 이야기가 함께 묻혀버리는 것이 아쉬운 탓도 있겠지만 우리 이야기니까 우리가 더 많이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옛이야기가 고픈지도 모르겠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훨훨간다>는 그런 옛이야기에 이야기의 가치를 더해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풍성하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해악적으로 표현한 우리 그림도 정겹습니다.

그런데 이야기 한 자리의 가치는 얼마쯤 될까요?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의문이 생깁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는 마을. 설명안해도 왠지 외롭고 무료한 삶이 연상되는데 일하러 가버린 할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는 할머니에게는 할아버지 보다도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가 더 그리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말주변이 없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없어요.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르는 아이에게 난처한 얼굴을 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아이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면 좋겠지만 자꾸만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달라고 할 땐 당혹스러울 때가 많아요. 그런 부모들에게 이 책은 좋은 아이디어를 알려줍니다.

귀한 무명 한 필과 재미난 이야기를 바꿔오라는 할머니의 주문에 힌트를 얻게 되는데요. 할아버지가 바꾼 이야기는 아주 거창하고 아주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였지요. 그것을 통해 우리는 굳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더라도 재미난 책의 내용도 좋고,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도 좋고, 일상의 재미난 이야기도 약간만 바꾸면 아이들에게 충분히 좋은 이야기가 된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들려줍니다. 엄마 아빠의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뭐든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훨훨 간다>라는 이야기가 도둑을 몰아내는 순간 이야기 한 자리의 가치도 정해지지 않았을까요? 책을 읽는 아이들도 무명 한 핑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둑도 떼려 잡을 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합니다. 재미있는 우리 옛이야기, 우리 아이들과 함께 많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