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환영합니다!>이 문구는 뉴욕의 어느 학교 인쇄물에 적힌 내용이다. 이 문구를 보며 저마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장애, 비장애라는 이분법의 틀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웃기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학교측의 열린 마음에 항의하는 비장애 가족들의 솔직한 마음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집단적이고 동질적인 특성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수와 다른 차이를 받아들이는데 성숙하지 못하고, 배척해야할 대상이라고 여겼던 과거가 있었음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의식을 할 수 있는 것 조차도 부끄럽지만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란 책을 접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차이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견해에 과감하게 엄청난 분량으로 승부하는 작가 앤드루 솔로몬은 10년이라는 세월, 4만장이 넘는 인터뷰 기록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진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역설한다.

 

나와 다르고, 다수와 다르다는 것, 그 차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피할 수 있다면 되도록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이 껄끄러운 문제를 접근해가는 방법론은 둘째치고 근본적으로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을 이루고 살아가는 존엄한 인간인 우리가 차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놀랍도록 배타적이었다. 의학의 발전은 낙태를 정당화하고 사람들에게 선택권이란 이름으로 존귀한 생명을 포기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무자비한 선택에 당신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죄책감 따위 갖지 말라고 가족이 아닌 시설에서 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면 그만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던지는 것이 현실이고 장애를 받아들이는 우리 인간의 현주소이다. 그럼에도 차이를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세상의 무관심에 맞써 싸우는 장애 가족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누군가의 과감없는 솔직한 마음을 읽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운과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 낼 것이고, 장애인들의 삶 또한 있는 그대로 솔직한 그들의 마음을 읽어줄 때 조금은 발전된 사회를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떨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닐텐데, '나만 아니면 돼!' '나하고는 상관없는 문제야!'하고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장애인을 종종 볼 수 있는 곳은 현실이 아닌 TV 다큐프로그램에서다. 다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세상에 그들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현실에서가 아닌 자꾸만 TV속에 갇히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들에게 얼만큼 기회를 주고 있고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있는지 묻고싶다. 곳곳에 늘 불안요소가 산재해 있고 정상인이라고 언제까지나 우리가 정상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세상,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기에 갑자기 닥쳐올 불행이 자신의 문제가 된다면 오롯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고, 가족들의 문제로 국한된다면 과연 제대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사회적으로 보다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사회 분위기라면 어떨까 한다.

 

얼마전 TV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짓게 만들었던 왜소증을 앓고 있는 한 아이가 떠오른다. 연골무형성증을 앓고 있어 또래 친구들보다 현저히 키가 작던 아이. 축구선수가 꿈인 아이는 자신의 신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꿈을 이루겠다는 희망보다는 체념과 불가능을 배우는데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부모와 가족들의 고민도 그 아이 못지 않았다. 어찌어찌 초등학교는 다녔는데, 이제 중학교에 가게 되면 또다시 낯선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다. 그리고 그 아이를 바라보던 냉혹한 시선. 혼자 버스를 타고 누나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아이에게 불안했고, 술취한 아저씨가 키가 작다고 놀리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나도 그 많은 사람들중에 하나일지도 모르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반전은 있었다. 늘 꼴찌를 도맡아 하던 아이가 가을운동회에 친구들이 손잡고 뛰어준 덕에 다같이 결승점에 골인할 수 있었던 것. 비록 함께한 1등이긴 했지만 항상 꼴찌는 아니라는 자신감과 주변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믿음이 그 아이를 변하게 했다. 함께 뛰어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의 눈물을 흘릴 줄 알던 아이, 되찾은 아이의 웃음에 힘을 얻은 부모들도 그제서야 용기를 내 본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선례를 찾고 당당하게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아이의 웃음도 부모들의 노력도 우리들의 시선도 단순히 매스컴의 영향이 아니길, 존귀한 한 생명이 응당 사람답게 살아야 할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식적인 것이기를 아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읽으며 무엇보다 차이를 바라보는 나의 의식수준이 어디에 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 되었다. 아니 무지했고 무관심으로 일관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전 출산을 앞두고 양수검사로 냉가슴 앓았던 그때가 떠올랐다. 결과에 따라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도 장담 못하겠고 사실 둘째를 계획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위대한 사람들을 만나는 심정으로 읽었던 것 같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어딘가 부족한 아이들, 부족한 나머지를 채우기 위해 몇 배 더 노력하고, 더 많은 사랑을 쏟으면서 깨달은 삶의 메시지들, 인생의 가치를 배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작은 차이도 인정하기 싫어 섣부른 판단을 하는 사람들과 겉보기에는 다를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과연 어느 쪽이 더 장애에 가까울까요?라는 어느 부모의 물음이 가시처럼 마음에 와 박힌다.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데 시시하고 뻔한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거기엔 사랑과 관심이 있다. 사랑과 관심으로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다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아주 사소한 차이일 뿐이라는 것,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따뜻한 마음 하나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스스로에게 자꾸 물어보게 된다. <우리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세계 곳곳에 어디에서든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오기를,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상식이 되어 이런 문구조차 굳이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세상은 다양성이 존중되고 상식이 통하고 이해되는 건강한 사회이기를 부모의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