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탕

손지희

 

엄마 손 잡고 목욕탕에 가 본 기억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죠. 저마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집에 따뜻한 물이 펑펑 나오던 시절도 아니었고, 엄마랑 함께 목욕탕에 갔던 기억은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모여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텐데, <지옥탕> 친구가 느꼈던 것만큼 지옥같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뜨겁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목욕탕이 지옥탕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갔던 일상속 경험이 생생하게 그림책에 녹아 있습니다. 북적북적 대는 목욕탕 안과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샤워기 감기 싫은 머리도 감아야 하고, 모처럼 때도 밀다 보면 아이에게는 목욕탕이 그냥 그런 목욕탕이 아닌 지옥탕으로 비춰지겠지요. 섬세한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림책인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붙들려 목욕탕에 갔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곳은……
지옥이었다!”

신기하게도 목욕탕에서 엄마에게 붙들려 머리 감고, 때 민 기억은 지옥과 다름없는데, 목욕이 끝난 후 먹는 우유 한모금은 꿀맛이지요. 어느새 지옥탕에 대한 기억은 온데 간데 없고 아이의 기억속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네요.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어쩐지 그리운 풍경입니다. 아이는 지옥탕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지옥인지 천국인지 경험해 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