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사랑일거에요.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랑에 대해 쉽게 정의내릴 수 없어요. 사랑을 한다고 말을 하지만 그 사랑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사랑이 찾아와도 그것이 사랑인지 조차 모를 때도 많으니까요. 그렇다고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조차 하기 싫어요. 사랑이 없다면 살아야 할 의미가 없는 것일테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마치 사랑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살아요.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죠. 사랑을 잃고 나서야 깨달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사랑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사랑을 주제로 하는 노래도 넘쳐나고 드라마든 영화든 늘 주제는 사랑이죠. 책은 또 어떤가요. 사랑이 없으면 재미가 없죠. 그래도 사랑타령은 질리지가 않아요.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건 내가 유독 감정에 충실한 동물이라서가 아니라 사랑이 늘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어디 대답해 보렴.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날 수 있겠니?"

 

여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 신기한 모험을 하는 토끼가 있어요. 토끼의 이름은 '에드워드 툴레인', 하지만 모험을 하는 동안 다른 이름들로 불리죠. 수잔나가 되었다가, 쟁글스가 되었다가 말론이 되었다가. 모든 만남에 의미가 있듯이 다른 이름으로 만남이 시작되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돼요. 우리도 살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각기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살아가죠. 나중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로. 본래의 이름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드워드의 신기한 모험을 통해 나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사랑은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체념해버리기엔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에드워드 툴레인의 모험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만남과 방황, 좌절, 외로움, 고독, 이별, 그리고 다시 사랑을 알기까지 우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한권의 아름다운 동화책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소박한 진리도 깨달을 수 있어요. 사랑을 알지 못했던 도자기 토끼는 자신을 사랑해주던 소녀와 헤어지고 험난한 삶을 경험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지만 에드워드는 더이상 옛날의 도자기 토끼가 아니었죠. 이제 마음이 너무 아파요. 사랑을 경험했던 거죠. 어렵게 마음을 열고 사랑을 주면 어김없이 이별이 찾아와요.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한 토끼는 이제 알아요. 누군가 죽고 헤어져야 한다는 건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마음이 다칠까봐 마음을 닫아버리죠. 사랑은 고통스럽기만 할 뿐. 그래서 아픈 토끼는 더이상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요. 고통을 경험하기 보다는 차라리 날개라도 있어서 현실을 벗어났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하지만 오랜세월 수없이 부서지고 찢겼을 '나이 많은 인형'을 만나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돼요. 그리고 희망을 갖는 순간 기적처럼 자신을 그토록 사랑해줬던 한 소녀를 지금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있는 '그' 소녀를 만나요. 예측불허인 삶, 그래서 삶이 의미를 갖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라고.

하지만 먼저 네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해."

 

"누군가 올 거야."

 

오랜만에 오래 전 친구들에게서 받았던 편지들을 꺼내 읽어 보았습니다. 어릴 적 편지들, 많은 추억들이 오고갔을 편지들 속에서 얼굴 조차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 이름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릴 적 풍요롭고 따뜻한 기억들을 선물해줬던 친구들이 새삼 고맙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감사했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이름 모를 누군가들도 떠올라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런 것들이 전부 사랑이었는데, 모르고 지나갔던 것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살면서 만나게 될 많은 인연들 앞에 많이 사랑하겠노라 다짐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