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깃들다_박계해"

 

마음이 너무 복잡할 땐 책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 그럴 땐 하던 일을 다 멈추고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서 풍겨나오는 책 냄새가 좋다. 오래된 책들에서는 사람들의 흔적과 손길이 느껴져서 좋고, 새로나온 신간도서에서는 알록달록 인쇄된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것 같은 새로움에 이끌려서 좋다. 냄새를 맡다보면 현기증이 아니라 위안을 받곤 하는 것 보면 신기한 일이지 아닐 수 없다. 책의 낡음의 정도는 인기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도서관 진열장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 신간인가? 싶어 집어들었다. 딱 봐도 새책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출판년도를 확인하고는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책이구나, 하고. 그런책을 만날 땐 왠지 호기심이 발동하여 읽어보게 될 때가 있다. 다 똑같이 세상에 나온 책인데, 어떤 책은 줄을 서도 빌리지 못할 정도고 어떤 책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기 때문에 왜 그런가 하고 읽고 싶어지는 거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시골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이 인상적이었고, 작가 또한 어떤 희망을 보려고 했던 걸까? 궁금해졌다. <귀농!> 한 때 귀농생활에 대한 로망이 없었기에 꼭 읽어봐야할 의무도 없었지만, 나는 왠지 작가의 삶이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남편을 따라 귀농을 결심하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특이한 점은 그림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마을 사람들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귀농이 아니라 산골 빈집에 들어가 그곳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정겹게 그려진다. 그러한 귀농생활이기에 보태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