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순이 어디가니?_윤구병"

 

콘크리트 벽 꽉 막힌 아파트에서만 사는 아이들에게 시골 풍경은 낯설다. 요즘은 시골에 내려가도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어 옛날 우리가 흔히 보던 시골은 더이상 아닌 곳이 많다. 우리 아이가 크면 이런 시골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은 듯 하다. 다행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이 있어 가끔씩 내려가 보곤 한다. 그래서 시골이 어떤 곳인지쯤은 설명 안해도 잘 안다.

 

책을 보자 마자  "아이는 시골이다~", "옛날에 집들은 다 이랬어?" 하고 묻는다. 그림속으로 들어가보면 정겨운 돌담이 있고 나무들이 있고 산이 있고 집이 한 채 보이고 소일 거리 하시는 할머니도 보이고, 툇마루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들도 보인다. 그리고 시골집이 그렇듯 병아리들이 거니는 넓은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를 도와 할아버지께 새참주러 주전자를 들고 가는데 돌담 뒤에서 다람쥐가 묻고, 뽕나무에서 들쥐가 묻고, 보리밭에서 청개구리가 묻고, 당산나무 옆에서 장승들이 묻고, 무논에서 백로가 묻고, 뻐꾸기가 묻고, 딱따구리가 묻고, 송아지가 묻는다. "우리 순이 어디가니?" 하고.

새참들고 엄마와 함께 걷는 길이 너무나 정겹고 재밌다. 친구들이 어디 가냐고 자꾸 물어주니 심심하지 않겠다. 책 한가득 수채화같은 그림들이 페이지마다 펼쳐지니 읽는 아이도 심심하지 않겠다.

 

<작가 윤구병>

그동안 어린아 마을, 개똥이 그림책, 달팽이 과학동화, 보리 아기그림책 등을 기획했고, 실험학교 이야기, 잡초는 없다,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같은 책을 펴냈습니다.

윤구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