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은 누구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진시황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만리장성이 떠오른다.

위성으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대단한 건축물인 만리장성을 건설하면서

수많은 백성들을 희생시키고 학자들의 정치 비판을 막기 위해 민간의 모든 서적을

불태운 것도 모자라 유학자들을 생매장시켜 죽인 분서갱유 사건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진시황의 악행이다.

그밖에도 진시황의 불로장생에 대한 끝없는 욕망은

영화 등으로도 제작이 될 정도로 유명하다.

바로 이런 이미지 때문에 난 진시황하면 폭군이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진시황은 중국 최초로 통일제국을 건설한 절대군주였다.

드넓은 중국을 통일하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였을 것이다.

그 일을 진시황은 해냈다.

6국을 합병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왕 영정은 자신의 공적이 여느 성현보다 크며

심지어는 고대 전설 속의 삼황오제보다 더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보다 더 존귀한 칭호를 가지기로 했다.

그는 '삼황오제'에서 '황'과 '제' 자를 따서 황제, 거기다가 중국 최초의 황제이므로

'시'를 붙여서 시황제라고 자칭했다.

그렇게 위대한 폭군 진시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진시황이 폭군으로 불리는 이유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위대한 업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가 이룬 '위대한 업적'은 다름 아닌, 끝없는 분열과 혼란 그리고 전쟁의 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를 끝장내버리고 중국사에 새로운 통일 왕조의 시대를 열었다는 데 있다.  

진시황의 또 다른 위대한 업적은, 그가 중국 역사상 '최초'를

가장 많이 창조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였고, 최초로 전국적인 군현제를 실시했으며,

최초로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또 최초로 화폐를 통일했고, 최초로 도량형을 통일시켰으며, 최초로 문자를 통일했다.

이 모든 '최초'는 진 제국을 하나의 단일한 국가체제로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진시황은 통일 제국을 세움으로써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고,

진 제국 이후 펼쳐질 중국의 미래 설계도를 제시한 위대한 왕이었지만,

그의 통치는 폭력과 공포 그리고 민중들의 피와 눈물로 뒤범벅된 참혹의 역사였다.

중국의 역사는 진시황 사후 그만큼 위대함과 폭군, 창조와 파괴의 상반된 이미지를

완전하게 결합시키고 있는 인물을 결코 발견하지 못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사기》 연구가인 왕리췬은 각 분야의 학술 전문가에서부터

일반 대중에게까지 열렬히 사랑받는 중국의 국보급 학자이다.

그의 책 <진시황 강의>에는 진시황이 통일제국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한

진나라의 탄생에서부터 그의 출생을 둘러싼 미스터리, 통일 달성의 위업과

그 과정에서 함께한 책사, 유세객, 장군들의 용맹과 정책 대결, 강력한 군주제를

실시하기 위해 진시황이 행한 여러 통일 과업, 그리고 그를 폭군이라 평하게 만든

분서갱유, 만리장성, 불로초 등 진시황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진시황의 전 생애를 통해 한 그룹의 통치자

혹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살얼음을 걷듯

늘 변치 않고 갖추어야 할 리더십의 전형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두번 놀랐는데 처음에는 7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께에 한번 놀라고

책이 의외로 너무 술술 잘 읽혀서 두번 놀랐다.

중국 CCTV <백가강단> 프로그램에서 그의 강의가 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난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어렵지 않으면서 깊이 있고 방대하며 폭넓은 책 내용은 진시황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죽어서도 세계를 움직이는 불멸의 황제 진시황.

천하를 얻는 법은 알았으나 지키는 법은 몰랐던 진시황.

그가 지금의 세상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