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하면 무엇이 가장 떠오르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중국의 인구는 13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남북한을 다 합해서 7000만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중국의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13배가 훨씬 더 넘는 것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중국 면적은 약 960만㎢로 세계 육지 면적의 15분의 1 및
아시아 면적의 4분의 1를 차지하고 있고, 한반도의 약 44배로
러시아와 캐나다 다음으로 세계 제3위라고 한다.
이렇게 땅이 넓으니 그만큼 인구도 많은 것이리라.
게다가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황하문명은 중국이 발상지이다.
넓은 땅과 수많은 사람들,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나라 중국.
중국은 알면 알수록 놀라운 나라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조경환씨의 책 <북경 상점>은
중국의 놀라운 역사와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는 책이다.
<북경 상점>의 저자 조경환씨는 비록 어학 전공이지만, 전공만큼이나 영화, 음식 등
중국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경을 가는 북경 마니아라고 한다.
어학연수를 위해 90년대 처음으로 북경에 방문했을 때
저자는 마치 우리나라 70년대의 서울 모습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길인 호통과 전통 시장들, 북경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북경 올림픽 이전에 사라진 빵차, 자전거들의 기나긴 행렬이
저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후에도 북경을 단기간씩 다닐 일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몰라볼 정도로 변하는
북경의 모습에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북경이 급격한 현대화와 서구화로 인해
예전의 모습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 북경을 방문해 느긋하게 지내는 중 전문 거리와 대책 거리를 거닐며
상점들을 구경하다 보니 예전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고 한다.
그렇게 예전의 추억 속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문득 이런 북경의 오래된 상점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고 한다.
그렇게해서 이 책 <북경 상점>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소위 '노자호'라고 불리는 북경의 오래된 상점들을 소개하고,
그 상점들에 대한 정보 및 그들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고 있다.
노자호의 공식적인 의미는 장기적인 생산과 경영활동에 있어
중화민족의 우수한 문화전통을 계승하고,
지역문화의 특징과 역사 흔적을 지니고 있으며, 독특한 기술과 경영방식을 견지하고,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인정과 신뢰를 획득한 상점 및 그 상점의 상품이다.
쉽게 말해 노자호란 대부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상점을 의미한다.
노자호에게는 중국 상무부가 공식적으로 일종의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노자호는 만여 개에 이르렀는데
외세와의 전쟁과 전통을 타파하는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대부분 사라져 버렸으며,
오늘날에는 몇백 개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이러한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살아남은 노자호들은 비록 물리적인 타격은 입었지만
그들에게는 백 년 넘게 이어온
그들만의 노하우와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이 남아 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북경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인 것이다.
이 책에는 북경 오리구이의 대명사 전취덕, 북경 오리구이의 원조 편의방,
건륭 황제도 반한 소맥 요리점 도일처,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오유태찻집,
오유태와 쌍벽을 이루는 찻집 장일원, 왕족이 신던 전통 신발가게 내연승,
노북경 스타일을 완성하는 모자 가게 성석복,
양고기 샤브샤브, 쇄양육 대표 음식점 동래순,
이슬람식 양 불고기 전문점 고육계, 중국 회고의 약방 동인당,
우정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자른다는 가위, 칼 가게 왕마자,
500년 된 장아찌 가게 육필거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중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장아찌를
500년 가까이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곳 육필거와
우리나라 사람 중 중국 관련 공부를 한 사람치고 상무인서관 책을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는 서점인 전통 인문학 출판사 상무인서관이
가장 흥미로웠다.
나도 장아찌를 좋아하지만 수많은 종류의 장아찌를 판매하는 상점인 육필거는
정말 놀라웠다.
얼마나 맛있는 장아찌들이 있는지 북경에 간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다.
<북경 상점>을 읽으며 나는 중국의 노자호와
우리나라 가게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100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상점들이 존재하지만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전통있는 가게의 육성과 유지를 위해서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것보다도 이런 가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더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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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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