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그루'는 책의 제목이면서 주인공의 고향 지명을 나타내는 말이다. 무슨 뜻인지는 나오지 않고 주인공이 바라는 세상의 기초가 되는 곳이아닐까 생각한다. 꽤 오래된 책인만큼 조금은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수준과 내용의 전개 속도, 매끄러움 등 매우 만족할만하다. 총 12권을 3부로 나누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긴 이야기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책은 두가지 큰 이야기로 되어있다. 하나는 '영혼의 에뮬레이터'로서 소설의 실제 주인공인 비류와 세헤라자드가 가까운 미래의 현실세계에서 겪는 이야기이다. 약 100여년 정도 이후라고 생각된다. '탐그루'는 세헤라자드가 비류에게 해주는 이야기로서 소설의 주주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두 주인공 소년 수르카와 라이짐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최종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영혼의 에뮬레이터' 에서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비류가 영혼이 캡쳐된 세헤라자드가 있는 랩탑을 얻게 되면서 시작한다. 1999년에 씌여진 소설의 내용으로는 획기적일 수 있지만 10년이 넘은 지금은 너무 자연스러운 내용들이 많아서 조금은 지루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결말이 기다려지는 '탐그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소설의 주요 이야기인 '탐그루'는 현대 이야기를 판타지화 시킨 내용들이 많이 있다. 1980년 광주 민주항쟁을 거의 그대로 묘사한부분과 재벌을 '자이벌'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그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다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소설화 시킨것뿐인 부분은 상상력을 자극하는데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장르 소설로서의 재미와 함께 현대소설을 읽는 즐거움까지 맛보게 해주었다. 어려운 내용과 주제를 담은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