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미있다. 지금까지 읽어본 무협소설중에서 최고라 할만한 재미다. 9권이나 되는 적지않은 분량을 쉬지 않고 읽게 만드는 이야기의 치밀함이 매우 훌륭하다. 이야기 전개의 속도도 너무 좋고 각 권마다 적절하게 마무리를 지으면서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스릴러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다. 무협이라는 장르를 사용했지만 그 안에 첩보물이 녹아있다. 액션과 스파이 첩보, 로맨스도 살짝 넣어주고 정치적인 암투와 정쟁까지 그려내고 있다.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은 되지만 호락호락 끝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시작은 강렬하지만 끝은 부드럽게 끝나고 있다. 구파일방이 나오지 않는 제대로된 신무협을 건진 느낌이다. 

<절대강호>의 가장 큰 장점은 무협소설이라는 장르 소설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스파이들이 활약하는 첩보물의 긴장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또한 신군맹의 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대공자와 삼공녀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힘의 대결이 볼만하다. 정파를 상징하는 신군맹이지만 차기맹주를 향한 열망과 암투는 정말 지저분하고 치졸하기까지 하다. 정파는 무조건 협의를 내세우는 따분한 이야기는 없다. 신군맹과 대치하는 사악련을 악당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도 같은 인간이다. 물론 잔악함을 강조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들도 강호일통을 바라는 커다란 무림의 한 축임을 잘 설명하고 있다. 두 세력의 수뇌부의 두뇌 싸움과 신군맹 내부의 암투 사이에서 주인공 적호는 맹렬히 자신의 목숨을 이어간다. 모두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함이다. 

여기서 무협소설의 단점이자 이 소설의 가장 큰 단점이 드러난다. 바로 자기 정당화의 모순이다. 바로 인간의 목숨에 관한 것인데 자신의 금지옥엽같은 딸을 지키기 위해 사악련이라는 악의 세력의 목숨을 거침없이 거둬들인다. 물론 악은 무조건 제거해야한다는 말을 하고 있진 않다. 어쩔수 없이 자신과 딸을 지키기위해 상대를 죽인다는 안타까움도 들어있다. 사람 목숨이 너무 쉽게 다뤄지는 것은 무협소설의 한계이지만 무협소설인 만큼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봐줘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