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바로 안희정 지사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필연적으로 내포한 시끄러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시끄러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될 때에만,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성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십년 동안, 법이라는 힘을 등에 얹고 과정의 정당함을 무시한 채, 소수 권력자들의 횡포는 이어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법과 원칙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상식이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최근 불거진 안희정 지사의 발언이 본래 의도와 달리 그의 신념과 진심을 왜곡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어쩌면 정말로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발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책을 통해 말하고 있듯이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점에 공감을 표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안희정 지사의 19대 대선 공약 역시 자연스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중앙집권화된 체재를 개혁하고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요, 중앙집권화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라는 운동장을 보다 넓게 쓰자는 의미입니다. 외교안보 등 국가적 사안과 전 국민에게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분야, 대표적으로 복지 정책은 중앙정부의 몫이지만, 생활단위 서비스, 즉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행정 서비스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계획하고 집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p213)이를 위해 지방정부가 자기 책임하에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고, 지방정부는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권한을 중앙정부에 요청해야합니다.

 2014년 봄, 우리는 세월호 참사라는 끔찍한 비극을 통해 국가적 안전망의 부재를 느꼈습니다. 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국민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분노했습니다.

 안희정 지사는 책을 통해 우리가 정부와 국가를 만든 것은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에겐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이 글을 쓰는 2월 27일, 오늘 하루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탄핵 최종 변론에 대통령 변호인단의 막말이 오고갔다는 기사는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했습니다.

 침몰하는 국가적 시스템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가장 먼저 '탈출'했습니다.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나라를 만들고 만 것이지요.

 책을 읽는동안 '정치'란 무엇인지, 올바른 '정치인'이란 과연 어떤 이를 말하는 것인지를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직 대통령 선거를 해본 적이 없는, 이제 막 선거권을 가지게 된 학생입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저에게 정치는 어렵고 복잡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책을 읽음으로써, 모르는 것은 더 공부하고 알아가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현 정권처럼 무능하거나 무책임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우리 국민들은 너무 과분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안희정 지사의 에세이를 통해, 올바른 정치인이란 속이기 쉬운 공약들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사람이 아니라, 투명한 가치관과 방향성을 가지고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혁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