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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8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E4면에 실린 글 입니다.

장하준『…23가지』 경제 논리 다 옳은 건 아니다

발전한 나라와 FTA 해롭다거나

노동시장 후진국 국민이 차지

정부규제 덕에 경제발전 주장...

역사적 사실 편리한 대로 해석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인기가 대단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이 출시 석 달도 채 안돼 30만 권을 넘겼다고 한다. 대중 설득이 직업인 사람으로서 장 교수의 뛰어난 글 솜씨가 부럽다. 하지만 그의 경제학과 논리체계까지 배우고 싶지는 않다. 틀린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인기가 옳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마르크스는 한때 인류의 3분의 1이 따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그의 이론은 틀렸다. 공산주의가 틀렸다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들었다면 수십억 명이 그처럼 거대한 비극 속으로 빠져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하준 교수의 이야기에도 틀린 곳이 많다. 가장 큰 오류는 자유무역에 대한 태도다. 얼마 전 모 신문의 칼럼에서 비슷한 나라끼리의 무역은 유익하지만 더 발전된 나라와의 교역은 해롭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해서 한국과 1인당 소득이 비슷한 포르투칼․ 체코․ 대만 같은 나라와는 무역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우리보다 경제가 발달한 나라와는 무역을 할수록 우리에게 손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국이나 EU같은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

장 교수의 주장이 틀렸음은 잠시만 생각해봐도 드러난다. 그 말대로라면 산업이 낙후되었던 중국은 한국과의 무역을 통해서 큰 손해를 봤어야 했다. 중국은 한국이 세계 첨단을 자랑하고 있는 전자나 조선 산업 같은 것은 아예 일으킬 수 없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가 아닌가.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와 부품과 기술을 들여다가 부가가치를 붙여서 세계에 수출했고, 그것이 중국 산업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됐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한국의 산업이 발전하는 데에도 선진국인 일본․미국과의 교역이 큰 자양제로 작용했다.

독자들은 한.중 FTA가 체결돼 두 나라 사이의 교역이 더 늘어날 경우 중국의 산업들이 한국 때문에 망하거나 치명적 타격을 입을 거라고 생각하시는가. 오히려 그 반대를 걱정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미국이나 EU와의 FTA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장 교수의 FTA 반대 논리는 자신이 한 말과도 모순을 빚는다. 그는 선진국이 노동시장을 개방하면 일자리의 70~80%를 임금이 낮은 후진국 노동자가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다면 그런 노동자들이 만들어 내는 물건도 선진국에서 매우 잘 팔릴 테니 후진국이 선진국과 교역을 한다 해서 산업에 타격을 받을 리가 없다.

장 교수의 또 다른 오류는 역사적 사실을 편리한 재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한국과 중국 같은 나라의 발전이 정부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1980년대 이후 중국 발전이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의 개혁, 개방정책 때문이었음은 장 교수도 인정할 것이다. 개혁․개방 정책하에서도 여전히 많은 규제와 개입이 남아 있지만, 마오저뚱의 숨막히던 통제정책과 비교해 본다면 상당한 자유가 허용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유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침체 속에 헤매던 인도 역시 93년 자유화가 시작된 이후 높은 성장세로 바뀌었다. 박정희 정권 때 폭발적인 수출확대가 가능했던 것도 그전까지 꽁꽁 묶어놨던 환율을 시장 환율에 가깝게 풀어놨기 때문이었다. 어느 나라나 규제와 개입과 자유가 공존하지만 성장이 시작된 것은 자유다.

만약 장 교수의 말이 맞는다면 규제천국이었던 마오쩌둥 시절에 3000만 명이 굶어 죽을 이유도, 인도의 경제발전이 90년대 이후에야 가능해질 이유도, 이승만 시절의 무역 규모가 형편없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장 교수의 출발은 현실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비주류 경제학자였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에서 그는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들도 새로운 위상에 걸맞게 책임 있는 모습으로 변해 갔으면 좋겠다.

**글: 김정호// 자유기업인 원장**

앞으로 읽어야 할 도서목록에 들어 있는 이 책!!

읽을 때 지성의 날을 번뜩이며 읽어야겠어요.

2011년 신영복 교수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書三讀

독서는 삼독입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필자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새기며 자~~알 읽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