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독립심을 가르쳐주고 싶다

 

해주와의 대화.

 

“엄마는 너희한테 신세 안 지고 늙어서 알아서 살 테니까 너희도 알아서 살아.”

“엄마 통장에 있는 돈은 어쩌고?”

“엄마가 통장에 무슨 돈이 있어? 없어.”

“없긴 뭐가 없어! 통장이 저렇게 많으면서!”

텔레비전 위에 못 쓰는 통장이 몇 개 쌓인 걸 해주가 가리킵니다. 가게를 하니 통장이 수시로 갈리는 건데 해주는 다 쓴 통장들 속에도 돈이 들어 있는 줄 압니다.

“저기에 돈 들어 있는 거 아니야.”

“아니긴! 그래도 백만 원은 있지?”

“그래. 가게 하면서 백만 원 있는 게 많니?”

“많지. 나는 돈 없는데.”

“어쨌든 엄마는 알아서 살다가 조금 남으면 가난한 사람 도와줄 거니까 너희도 알아서 살아.”

“나도 가난해. 왜 남들만 가난하다고 생각해? 그럼 엄마 딸은 굶어 죽으라는 거야?”

“엄마가 너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뒷바라지해줄 거야. 너도 어른이 되면 돈 벌 때가 올 거 아냐?”

“싫어. 난 돈 안 벌어. 엄마 돈 쓸 거야.”

“엄마 죽으면?”

“그럼…….”

“그럼?”

“우리한테 백만 원만 남겨주고 죽어.”

“백만 원?”

“응. 백만 원. 왜, 싫어?”

“아니. 안 싫어. 백만 원은 주고 죽을게.”

“진짜 약속한 거다!”

“그래. 너도 더 달라고 하면 절대 안 돼.”

“당연하지. 히히.”

오오. 나의 딸 오해주. 초등학교 4학년 되는 딸. 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길과의 대화.

 

“한길아. 엄마는 늙어서 너희한테 기대지 않고 살 거니까 너도 고등하교 졸업하면 알아서 살아.”

“엄마, 진심이야?”

“그럼 네 엄마가 언제 농담하디?”

“응. 엄마 만날 농담하잖아.”

“이건 진짜야. 엄마는 자식한테 남은 인생 책임지라고도 안 하고, 성인이 된 너희를 책임져주지도 않을 거야”

“엄마, 진짜 고마워.”

“뭐가?”

“엄마 스스로 산다는 거. 엄마 각서 안 써도 될까?”

“뭐가 어째!”

 

 

부모에게서 자립하는 방법을 서서히 알려주자

해주에게는 백만 원이라는 돈이 엄청 큰돈입니다. 제 주머니에서 몇 만 원만 나와도 돈도 많으면서 왜 이사를 못 가느냐고 따집니다. 이 아이에게 언제쯤 현실을 인식시켜주어야 할까요? 그냥 놔둬도 자연스럽게 세상을 알아가겠죠?

한길이의 말에는 약간 발끈했습니다. 아무리 부모가 늙어서 알아서 산다고 해도 “엄마, 이때까지 키워줬는데 내가 책임질게” 이래야 자식 된 도리가 아닙니까? 딸의 말에 웃기도 하다가 갑자기 괘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제 마음을 보면서 과연 나는 우리 부모에게 지금 어떤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경제력이 있는 부모라고 신경을 안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저 역시 부모님께 뭔가 해드릴 생각은 못하고 늘 뭔가 부모님이 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런 것으로 따지면 오히려 바라는 저보다 독립할 생각을 하는 제 딸들이 더 낫습니다.

얼마 전 한길이에게 “너 진짜 엄마 용돈 안 줄 거니?”라고 다시 물으니 “엄마, 나도 살아야지” 합니다. 절대 자식한테 올인하면 안 됩니다. 저는 일찌감치 깨달았으니 천만다행입니다.

 

 

부모에게서 자립하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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