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생에 간섭하고 싶어질 때 

 

제가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다니까 사람들이 학교에 관해 많이 물어옵니다. 묻는 사람들마다 의도가 다르지만 어떤 분 중에는 대안학교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학교에서 인지 교육을 얼마만큼 잘 시키는지에 대해 물을 때가 많습니다. 전 약간 성격이 못돼서 예를 들어 자기 아이를 맘껏 놀게 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가 물으면 단박에 “우리 애 학교 하향평준화야”라고 말합니다. 부모들은 보통 이렇게 말하면 학교에 대해서 더 이상 관심을 안 갖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하고서 해주 선생님들에게 엄청 깨졌습니다. 왜 우리 학교를 하향평준화라 했냐고요. 사실 똘똘한 아이도 많고 선생님들도 열심히 가르쳐주시는데 말이지요. 어쨌든 저는 욕심이 많은 부모가 대안을 추구한다는 포장지를 걸치고 들어오는 것이 싫었습니다. 차라리 내 아이가 특별해서 특별하게 교육시킬 곳을 찾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부쩍 늘어 많은 분들이 제게 묻습니다.

“간디학교에서는 대학을 몇 명이나 갔대요?”

“글쎄, 대학 갔다는 소리는 많이 못 들은 거 같은데요? 간혹 NGO 활동가로 외국 나갔다는 소린 들은 것 같아요.”

“아니, 한길이 대학 안 보낼 거예요?”

전 그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당황스럽습니다. 저는 아이를 대학에 안 보내겠다든지, 꼭 보내야겠다든지 하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이라는 것은 부모가 보내고 안 보내고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한길이와 해주를 보면서 부모가 아이들 인생에 끼어들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들지만 인정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 자신의 인생을 먼저 생각하자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의 문제는 부모에게 주어진 영원한 숙제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자아를 만들어주고는 정말 자기 인생을 결정하는 순간에 부모의 뜻대로 하라고 한다면 과연 그 아이에게 부모 말이 먹힐지 의문입니다.

대학이 필수인가 선택인가는 부모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자기가 정말 대학 가서 공부해야 한다면 갈 것이고, 대학이 아닌 곳에서 배움을 찾는다면 안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부모의 선택이 아닌 자식의 선택입니다. 아이의 인생을 부모가 대신 살아줄 것이 아니라면 아이를 믿고 아이의 선택을 기다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만약 제 아이들이 대안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이 아닌 곳에서 자기 일을 찾기 위한 시간으로 몇 년을 쏟겠다고 결정하면 힘껏 박수를 쳐줄 겁니다. 그 용기가 얼마나 대단합니까? 그러나 제 딸들은 아직 대학이 뭔지도 잘 모르는 듯합니다. 일반학교에서 죽어라 공부하는 것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임도 모르지 않나 싶습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말하면 대번에 “왜?”라고 물을 겁니다.

전 제 아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택하는 것이 얼마나 인생을 지루하게 만드는 일인지 알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돈 때문이 아닌 자신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할 수 있는 직업을 갖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더디게 가더라도 정말 행복한 일을 찾도록 말입니다.

그러나 제 마음도 한여름의 소낙비 같아서 이렇게 말해놓고도 언제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제 스스로에게 최면을 겁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기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남의 인생 간섭하지 말고 내 인생이나 똑바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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