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한길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신문 편집 기자였습니다. 어느 날 학교 신문에 실을 기사를 다 쓰고는, 한 가지 남은 것이 1학년 소식인데 뭘 쓸지 고민이 된다며 제게 물어왔습니다.

 

한길 _ 엄마 요즘 1학년이 수학 규칙을 배우잖아. 근데 애들이 아주 잘하더라. 긍까 “아니 이럴 수가! 무지개학교 1학년 수준이 이렇게 높다니?”라고 기사를 시작하면 어떨까?

엄마 _ 괜찮네. (저는 웬만하면 아이들의 말에 괜찮다고 합니다.) 근데 애들 수준이 그렇게 높아? 우리 해주보다 더 잘한단 말이야? (해주를 치켜세워주기 위해 한 말.)

한길 _ 어휴, 엄마! 해주 수준하고 다른 애 수준하고 얼마나 차이가 나는데? 해주 수준으로 착각하면 안 돼.

해주 _ 왕짜증이야. 엄마, 변재흠(짝궁)이 얼마나 잘하는 줄 알아? 걘 100 곱하기 100도 알아. 뭐든지 다 잘해.

엄마 _ 아니, 그놈의 변기통(별명)이 그렇게 잘한단 말이야? 엄마가 그 집 엄마보다 힘세거든! 전화해서 공부 그만 시키라고 할게.

해주 _ 아냐. 걘 공부 안 해도 원래 뭐든 안단 말이야.

한길 _ 해주야, 너 100 곱하기 100 정말 몰라? 어이구, 참, 공부 좀 해라.

해주 _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엄마 _ 그래. 우리 한길이한테는 쉽겠지. 네가 대답해봐.

한길 _ 200이잖아.

해주 _ …….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언니를 쳐다봅니다.)

엄마 _ 뭐? 200?

한길 _ 아닌가? 300인가?

엄마 _ 야! 너 죽을래?

한길 _ 엄마. 우리 요즘 곱하기 한 지 꽤 오래됐걸랑? 지금 비례인지 뭔지 배우느라 곱하긴 안 해. 그럴 수도 있지.

 

이 뻔뻔한 딸 좀 보십시오. 아니, 세상에 초등학교 5학년이 그런 답을 하다니요? 그러고는 암시랑토 않은 듯이 밥을 날름날름 먹습니다.

공부의 범위를 넓혀보자
입시 위주의 공부만이 전부는 아니다

 

100 곱하기 100이 200이라는 한길이의 대답을 들으면서 과연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여덟 살 된 아이가 아직도 한글을 모르고,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곱하기를 능숙하게 못함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제가 국보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이 필수인 이 시대에 이렇게 공부하면 당연히 대학에 못 가지요. 대학 진학을 목표로 둔 부모는 이런 교육에 동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자율과 자발성이란 이름하에 마음대로만 하려고 저항할 땐 그놈의 자율과 자발성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또 일방적인 말로 아이를 누르고 싶은 욕구가 올라옵니다. “이렇게 해”라고 했을 때 순순히 “엄마 말대로 할게요”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합니다. 물론 저는 안 그랬으면서 말입니다.

현재 대안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70퍼센트는 대학에 진학한다고 합니다. 대안학교 선생님은 대학에 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회에서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입시 위주의 공부만이 지식이 아님을 말입니다. 그러나 때론 저도 아이들의 미래가 불안합니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어슬렁거릴 때, 심심하다고 텔레비전 보면 안 되느냐고 할 때, 난감합니다. 저는 아이가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길 바라지만 아이는 쉽게 가길 원합니다. 남들도 다 보는데 우리 엄마는 별스럽다고 말하는 그 소리가 곤혹스럽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지금 자신들이 누리는 그 자유와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회가 규정한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자유인이 되길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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