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1권에는 ’근대’라는 열차 안에서 투영되는 일본사회의 상류 계급층과 병사의 모습을 비롯해 게이샤, 창부, 하녀와 같은 하층민의 생활 모습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었으나 2권에는 일본, 일본인의 보다 구체적인 생활상과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 프랑스 화가는 일본의 공중 목욕탕에서 남녀가 혼욕을 하고 있는 장면의 그림에 일본의 누드 품위 선생인 ’소데스카’ 씨, 혼욕탕에서 태연자약 이라는 간단한 설명을 붙여 놓았는데, 19세기 중엽에 일본에 온 미국 동인도 함대 사령관 페리는 그의 저서《일본 원정기》3권에 한 목욕탕 스케치와 함께 혼욕 장면을 상세하게 기술하였으며,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온 스위스인 에메 앙베르의 기행기《그림으로 보는 일본》에는 에도의 목욕탕이라는 그림과 함께 공중 목욕탕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이 프랑스 화가는 이후에도 혼욕 장면을 몇 점이나 그릴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처럼 화가가 지방으로 여행을 하다 어디서라도 볼 수 있었던 혼욕탕 안의 풍경은 외국인인 프랑스 화가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함께 흥미를 끌게 하였던 것 같다.

 

다른 하나의 그림은 낚시놀이(물고기 : 조선, 모자쓴이 : 러시아) 라는 간단한 설명이 붙어 1887년 2월 15일자 <도바에> 라는 책1호에 실린 그림이 있는데 우리는 이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동 시대의 우리의 현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을 살펴보면 작은 물고기로 그려진 조선이라는 나라를 잡기 위해 일본과 청나라가 양쪽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다리 위에선 틈만 나면 옆에서 가로채고자 하는  러시아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 그림을 그린 프랑스 화가의 눈에도 이러한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는가 보다.

 

이후 화가는 1895년 2월 2일호에 <여순함락, 승자의 입장 (포로를 학살하는 일본군)> 이라는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이 프랑스 화가가 18년간을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체험하고 본 것을 그려 낸 수많은 그림 속에는 근대 일본의 사실적인 장면이 모두 들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유럽인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동양, 일본인은 인간을 흉내 내는 원숭이, 뻐드렁니, 어울리지 않는 색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고 뽐내는 모습으로 희화화되어 담겨 있다고 하는 것이 씁쓸한 느낌으로 남는 것은 어째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