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마치 내가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인물이 되어 있는 듯 소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몰입하여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때론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드는 것 말이다. 더욱이 그것이 기록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고  실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보면 비록 내용 자체가 허구라 하더라도 쉽게 헤어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정치적 사건들이나 사회상들과 비교해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차피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 하였고, 권력이나 돈 그리고 명예를 좇는 사람이 가진 욕망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결코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허구인 소설이 아니라 필름으로 생생하게 기록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까지도 드는 것이다.

 

이 소설은 고려 공민왕 시대에 왕의 사부로 천거되어 섭정을 하게 된 승려 '편조'가 승복과 법명을 벗어 던지고는 속성인 신(辛)에 돈(旽)이라는 이름을 지어 갖고 개혁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왕 이상의 모든 권력을 갖고 권문세가를 대거 축출하고 전제개혁을 실시하며 백성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그래서 작가는 군주인 공민왕의 나라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꿈꾸며 개혁을 선도하는 신돈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신돈의 나라]라고 하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신돈은 처음 공민왕으로부터 '師救我 我救師 死生以之' (사부가 나를 구하고, 내가 사부를 구하니 생과 사를 같이 하리라)와 같은 서서(誓書)를 받았지만, 결국에는 권력의 무상함을 깨달으며 공민왕과의 8년간의 실험, 개혁은 막을 내리게 되고....., 마침내 권력을 되찾고자 하는 상층 계급의 음모로 인해 공민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잃고 끝내 비극으로 최후를 맞게 된다.

 

바로 이같은 상황이 현대의 정치사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볼 때 지나간 역사의 한 인물 신돈에 대한 깊은 연구와 평가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던져진 숙제이고 교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