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쓴 엘리샤 쿠퍼는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아동작가 중 한 사람으로 《아이스크림》,《뉴욕에서의 일 년》등과 같은 아동도서를 지은 어린이들의 특별한 친구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의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초보 아버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와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별한 경우이긴 하겠지만 단지 아기가 울어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학대하고 심지어는 폭행, 살인까지 저지르는 아버지 ㅡ 아버지라는 거룩한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금수만도 못한 인간이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ㅡ 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그럴 때면 몸서리 처지도록 떨리고 뛰는 가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밖에 아내나 아이를 상대로 한 무수히 많은 비인간적인 사례가 있음을 볼 때 우선 그는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남편인 동시에 선하고 인자한 마음을 가진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영원에 가까운 것을 경험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그러했을 함박웃음과 행복을 느낀다. 외식 후 아내에게 아이를 맡기고 계산하는 동안  2분 정도 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 제 시간에 볼일을 마칠 수 있는데도 꼭 5분씩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 샤워할 때 얼른 마치고 아이를 돌보기보다는 1분 정도 늑장을 피우며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자신에게 밉살스럽고 이기적인 모습이 있음을 깨닫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자신을 향해 "압빠!" 하고 외치며 정신없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너무 행복해 한다.

 

그는 자신, 아내, 아이가  아닌 우리라는 하나가  되어있음을 느끼며 행복해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 세상에서 내 딸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특히나 사내 녀석들로부터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를 걱정한다. 공원에 놀러 나와 간식을 즐기는 엄마들과 그 아이들 틈에 끼지 못하게 된 것에 삐치기도 한다. 아이가 친구의 개에게 머리를 물려 죽을뻔했던 사고를 자신의 부주의로 탓하며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지만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왜 아빠가 울고 있을까 하는 표정을 짓고, 개 사진을 가리키며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보며 그는 느끼게 된다. 자신은 은혜로움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올바른 일은 아무 것도 못했을지라도 이제부터는 그릇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이 아이의 아버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가슴에 와 닿은《너를 사랑하라고 아빠를 만들었다》라는 제목과 함께 그 속에 담긴 가슴 뭉클한 감동이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우리나라의 예비 아빠들 그리고 이제 막 아빠가 된 모든 이들이 그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