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이상한 러브스토리.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라는 의미를 생각하며 읽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전개되는 이야기 하나 하나에 그 의미를 대입해가며 ‘이상한 러브스토리’ 의 단서를 찾고자 하였다.

 

지난 1권에서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 안에서 전당포를 경영하는 중년의 남자가 살해된 채 발견된 살인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것으로 이 소설의 초반부를 장식하며 마무리 되었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살해된 남자의 아들과 죽은 여자의 딸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 후 2권에서는 지난 1권에서 시작된 2세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학생의 나이가 된 살해된 남자의 아들 료지는 온갖 불법적인 일들을 자행하였고, 죽은 여자의 딸 유키호는 결혼 후 이혼, 다시 전 남편 친구의 사촌형으로부터 구애를 받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사설 탐정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지금 마지막 3권에서는 지난 1, 2권에서 가졌던 ‘이상한 러브스토리’ 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 둘 풀려 나가기 시작한다. 사건을 추적하던 형사 사사키는 유키호 주변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 사고가 료지에 의해 벌어진 것이었으며, 19년 전 전당포 주인 살인사건 또한 유키호가 겪은 일로 인해 료지가 저질렀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러다 유키호가 새로이 개장하는 가게에서 형사에게 쫓겨 도망치던 료지는 2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렸고, 엎드려 죽어있는 그의 가슴에는 그가 아끼던 가위가 꽂혀 있었다.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유키호를 향해 형사 사사키는 그녀의 눈을 보며 "이 남자는... 누구죠?" 라고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지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라는 한마디의 대답뿐 한 번도 뒤돌아 보지 않은 채 계단을 오르는 유키호에게서 사사키 형사는 하얀 그림자의 모습을 본다.

 

이같은 결말은 1권에 이어 2권을 지나 마지막에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극적인 반전에 대한 생각을 다소 허무하게 만들었지만 과장되지 않은 사실적인 사건의 전개는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이렇게 긴장하고, 추리하며 1~3권을 읽고 나니 처음 이 책을 접할 때 가졌던 ‘이상한 러브스토리.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가 주는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